실적 개선에도 영업활동현금 적자 눈길…재고자산 높아 부담수주량 크게 늘어 재고자산 확보 영향…공장 가동률 100% 육박공장 증설로 재고자산 소진 예상…울산과 미국에 설비 증설 진행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일렉트릭(267260)이 북미와 중동발 전력 인프라 확충 바람에 역대급 실적을 쌓고 있음에도 영업현금흐름은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영업현금흐름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재고자산 증가에 따른 운전자금 지출 확대다. 수주 확대에 따른 재고자산 증가는 자연스러운 상황이지만 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재고회전율이 낮아지는 등 생산능력이 재고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운전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일렉트릭은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에 울산과 미국 공장 증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운전자본 증가 부담을 소화해낼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 생산현장(사진=HD현대일렉트로닉 인스타그램)
판가 오르며 매출 성장, 운전자금 부담으로 확대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9055억원, 영업이익은 190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 성장률은 33.5%(전년동기 매출 1조4270억원), 영업이익 성장률은 133%(전년동기 영업이익 818억원) 증가했다.
반면 현대일렉트릭의 영업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722억원 적자, 2022년 3분기는 189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1205억원의 분기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재고자산 운전자금이 2402억원 지출되며 영업현금흐름 적자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현대일렉트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8808억원으로 지난해 말(6278억원)보다 40.3% 증가했다. 재고자산 증가는 자연스럽게 운전자금 부담 확대로 이어지고, 특히 재고자산 증가율이 워낙 높아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고자산이 급격히 증가한 원인으로는 급격한 수주 확대에 따른 것이다. 수주를 받으면 제품을 생산해 매출로 연결하는 수주산업의 특성상 수주 확대는 재고 확대, 이어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현대일렉트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재고증가 내역 중 재공품(제작중인 제품) 5057억원, 원재료 2172억원, 미착품(배송중인 제품) 1310억원으로 2022년말보다 각각 66%, 11.8%, 31.8% 증가했다. 재고들은 완제품으로 만들어지면 수주받은 곳으로 판매된다.
실제 수주량도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현대일렉트릭의 수주잔량은 5조4625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주잔량(5조1571억원)에 4분기 수주액(3054억원)을 더한 수주금액이다. 이는 2022년 말 수주잔액(3조5269억원)보다 54.9%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요가 매우 높아 앞으로 수주 증가에 따른 재고자산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압기 수요와 노후 전력시설에 대한 교체수요가 매우 크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35억달러를 전력망 강화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역시 네옴시티 건설에 따른 전력시설 수요가 높다. 따라서 앞으로도 수주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수주 증가율만큼 재고가 증가하고 그에 알맞게 매출이 증가할 경우 운전자금 부담도 최적화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현재 현대일렉트릭의 공장가동률은 한국(95.5%), 중국(96.3%), 미국(94.4%)로 제조업에서 95% 수준의 가동률이면 사실상 100% 공장 가동과 같다고 간주된다. 판매 가격이 오르면 매출이 오르겠지만 판매량에는 큰 변화가 없어 운전자금 관리에는 어려움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판매량을 확대하기 위한 증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장 증설로 재고회전율 개선, 운전자본 부담 경감
현대일렉트릭은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울산과 미국 현지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2200억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매출로 인해 빠져나가는 재고규모가 줄어들면서 운전자산 부담도 현재보다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재고자산 관리 효율성은 재고회전율로 가늠할 수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재고회전율은 지난해 3분기 2.16으로 2022년 말 3.35보다 악화됐다. 2022년 이전에는 재고회전율이 5이상이었지만 2022년부터 회전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외 수주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생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회전율 감소는 재고자산이 제품으로 판매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생산량을 높인다면 재고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현재 울산과 미국 공장에 설비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두 공장 모두 공장 공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증설의 초점이 생산효율성보다 생산량 확대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공장은 올해 10월, 미국공장은 올해 9월에 증설이 완료된다. 이를 통해 현대일렉트릭은 2200억원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일렉트릭은 중저압차단기 생산을 위한 스마트팩토리를 신설한다.
생산능력이 증가하면 재고회전율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현대일렉트릭의 재고회전율은 3.37, 내년은 3.23으로 공장 증설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생산량 확대를 통해 재고자산 소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매출 증가율을 수주 증가율보다 키우는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일렉트릭이 올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경신을 무난히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현대일렉트릭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조7460억원과 2780억원으로, 올해는 3조2770억원과 3780억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측은 향후 현금흐름 개선 전망을 묻는 <IB토마토> 질문에 “외형 확대 과정에서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운전자본 증가로 일시적 영업현금흐름 부진이 나타나고 있으나, 매출 실현에 따른 현금유입이 증가하고 있어 점차 현금흐름이 개선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 증설에 따라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재고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덧붙였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