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그동안 침체를 겪었던 조선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선박 가격 상승과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겹치며 앞으로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우려는 존재한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향후 성장 동력 축소, 일손 부족, 경쟁자 중국의 추격 등 조선업계 당면 과제가 상존하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가 과제를 극복하고 앞으로 어떻게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각 사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은 향후 조선사업과 엔진제조사업을 병행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탄소배출량을 20% 줄인다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친환경 엔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엔진으로 주목받는 메탄올 이중연료 엔진(메탄올 엔진)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엔진은 선박 가격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으로 조선과 엔진사업을 병행하면 수주량이 커질수록 수익성이 커진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친환경 선박 엔진 시장에 발을 들이는 등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메탄올 엔진을 탑재한 로라머스크호.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HD현대)
엔진사업 확대, 지속적 수익성 확대에 영향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조5508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6조3712억원)과 영업손실(3113억원)이 모두 개선됐다. 이 중 올해 3분기 엔진 사업 매출액은 1조8782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에서 22%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엔진사업 비중(19%)에서 3%포인트 가량 증가하며 비중을 늘리고 있다.
다만, 성장률 측면에 있어서는 엔진 매출 성장률이 전체 매출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선 업계에서는 엔진 사업 매출은 엔진 인도 시점에서 잡히기 때문에 선박 인도가 다가올 시점부터 본격 매출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전체 선박 인도 대수를 38대로 집계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1% 늘어난 46대 인도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중공업의 엔진 매출은 지난해보다 더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엔진사업 수익성은 이미 조선 사업 수익성을 넘어섰다. 올해 3분기 엔진사업 영업이익률은 11%로 현대중공업 전체 영업이익률(0.4%)을 크게 뛰어넘었다. 이는 현대중공업 전체 영업이익률을 엔진사업이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메탄올 등 친환경 엔진은 기존 엔진에 비해 가격이 15%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높으니 수익성도 함께 늘어난다. 특히 메탄올 엔진(메탄올 이중추진 엔진)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분야라 전 세계 수요를 상당 부분 담당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엔진사업의 높은 수익성은 향후 현대중공업 전체의 매출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현대중공업의 조선 및 플랜트 수주 전망치를 95억달러로 잡고 있다. 지난해(109억달러)보다 줄어든 전망치다. 그러나 수주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올해 수주가 본격 매출로 이어지는 2026~2027년까지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엔진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매출 성장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의 매출액이 올해 12조8210억원에서 2027년 21조644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친환경 선박 수주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 엔진 수요가 함께 늘어난 것이 매출 성장의 근거로 꼽힌다.
중국의 매서운 메탄올 엔진 추격
현재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메탄올 엔진을 탑재한 선박을 올해부터 인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중국 코스코(COSCO)사가 메탄올 엔진 탑재 선박을 인도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탄올은 액체 상태로 연료 사용이 가능해 기술적 장벽이 LNG 등 기체 상태 액체보다 낮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메탄올 엔진 탑재 선박의 가격 상승폭은 LNG 엔진 선박의 절반 수준이다. 낮은 기술 장벽이 선박 가격 상승을 낮추고 있다. 메탄올 엔진을 함께 생산할 경우 수익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경쟁자들이 앞으로 메탄올 엔진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국은 메탄올 공급망을 바탕으로 메탄올 선박 수주를 끌어오고 있다. 메탄올 엔진 선박 발주 규모가 커지면서 메탄올 연료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2026년부터 중국으로부터 연간 50만톤의 메탄올 연료를 공급 받는다. 머스크사는 우선 2025년까지 메탄올 연료 73만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2027년까지 선박용 메탄올 23만톤이 공급될 계획이다. 메탄올 공급망을 제공할 경우 메탄올 추진 선박 주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빠르게 메탄올 엔진 양산 체제를 안정화시켜 선두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중공업이 확보한 메탄올 선박 수주량은 43척으로 세계 1위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물량이 양산 체제 안정화에 충분한 물량이라 평가하고 있다.
한편 친환경 선박의 대세가 무엇이 될지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메탄올 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엔진에 대한 시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선박을 수주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암모니아 엔진은 2030년쯤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친환경 엔진을 탑재한 선박에 대한 수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친환경 엔진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메탄올 엔진이 친환경 엔진 내 비중이 높지만 암모니아 추진 선박을 수주하는 등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