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팬오션(028670)이
HMM(011200)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3조원대 유상증자 추진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성공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가수준 고려하면 기존 발행주식보다 더 많은 양의 신주를 찍어내야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주주 반발이 심한데다 향후 해운사업 침체 전망이 우세해 충분한 자금이 몰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림 측은 팬오션 유상증자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팬오션은 HMM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뿐 아니라 외부차입금 조달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규모가 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외부차입금 규모가 유상증자 규모보다 더 클 경우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팬오션의 부채비율은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진=팬오션)
주주 반발에 유상증자 흥행 적신호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이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HMM 인수 자금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팬오션의 지주사인 하림은 HMM 인수전에 6조4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은행권에서 확보한 인수금융 한도 3조4000억원에 재무적투자자(FI) JKL파트너스가 조달한 7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제외하고도 자체적으로 2조3000억원을 마련해야 HMM 인수 자금을 완전히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팬오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HMM 인수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유상증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식품사업 확장, 개발 사업 등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결국 HMM 인수자금은 하림그룹의 지원없이 팬오션이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보고 있다. HMM 인수주체인 팬오션의 올해 3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규모는 5697억원에 불과하다.
아울러 최근 하림 측에서 인수금융 한도를 3조원 이상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2조원 수준으로 활용하겠다고 알려지며 HMM 인수자금 확보에 외부 차입금 비중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 역시 팬오션 유상증자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들은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26일 기준 팬오션의 시가총액은 1조9779억원이다. 시가총액 이상의 유상증자가 실시될 경우 지분 가치가 크게 희석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유상증자 가능성이 언급되자 현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의 반발도 극심하다. 팬오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팬오션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전체 발행주식(5억3456만9512주)의 40.21%(2조1491만6927주)에 달한다. 시총 이상의 신주가 발행될 경우 지분 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이 팬오션 주주배분 방식 유상증자 주관사로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르면 하림지주(팬오션 지분 54.76%)를 포함한 팬오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후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공모 방식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도 해운업계 전망이 나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상증자 흥행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도 높다. 이에 유상증자가 실시돼도 주가 하락을 예상해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HMM의 주력 사업인 컨테이너선 사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만큼 내년 고금리에 따른 구매 수요 감소로 인한 실적 위축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운산업의 경기 사이클은 대략 10년 주기로 성수기와 침체기가 번갈아 찾아온다.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침체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자체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팬오션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권주들이 모두 판매되기엔 해운산업의 전망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유상증자해도 재무부담 가중 불가피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팬오션의 부채비율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보통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자본총계가 증가해 부채비율이 낮아지지만, 팬오션의 경우 인수금융 규모가 유상증자 규모보다 커질 수 있어 부채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향후 유상증자와 인수금융 구성 비율에 따라 팬오션의 재무건전성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총 6조4000억원의 HMM 인수자금 중 2조~3조원 범위에서 유상증자를 할 경우 인수금융 등 외부차입금 규모는 2조2000억~3조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 규모가 커지면 인수금융 규모가 낮아지는 방식이다. 유상증자와 인수금융을 통해 5조2000원가량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팬오션의 유상증자 규모가 3조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향후 HMM으로부터 배당금을 통해 1600억~24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이자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외부차입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만일 HMM 총 인수자금 중 유상증자로 3조원을 조달할 경우 외부 차입금 규모는 2조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기준 팬오션 차입금 규모는 2조1000억원이다. 여기에 외부 차입금 2조2000억원이 늘어날 경우 부채비율은 54%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외부 차입금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총계가 증가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반면 유상증자 규모를 2조원으로 잡을 경우 외부차입금 규모는 3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76.8%로 증가가 예상된다.
팬오션이 HMM을 인수해 자회사로 둘 경우 표면적으로 재무건전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재무제표를 별도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영업분야가 다른데다 인수 후에도 합병없이 각자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향후 팬오션이 HMM을 인수해도 HMM으로부터 나오는 배당금 외에는 별도의 수익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팬오션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구체적인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규모와 방법은 결정된 바 없으며, 팬오션이 HMM 인수주체기 때문에 팬오션이 자금 조달의 주체가 된다"라고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