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상생금융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역으로 은행권의 수익성과 건전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실적으로 금융당국 등의 눈총을 받던 은행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비판과 횡재세 논란으로 상생금융 압박이 다시 시작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상생 실천 방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짧은 기간 내에 자율 프로그램과 회계 방안까지 고안해야 하는 은행은 난감한 기색이다.
은행연합회. (사진=이성은 기자)
내년 3월까지 이행 목표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이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지난달 20일과 27일 열린 간담회의 후속조치로, 11월 말부터 은행권 TF를 통해 마련됐다. 은행업권은 개인사업자 차주 지원에 초점을 맞춰 방안을 제안했다. 공통 프로그램과 자율프로그램을 투 트랙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번 방안 중 공통 프로그램은 개인사업자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를 지급하며, 차주당 300만원을 총 환급 한도로 총 2조원 규모를 지원한다. 12월20일 기준 차주에 대해 이자를 환급하는 방식이다.
배분 기준은 은행의 당기순이익이다. 지원액이 2조원으로 결정된 것은 올해 은행권의 추정당기순이익의 10%로 판단했기 때문이며, 5대 은행의 경우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의 금리대별 고객 분포를 고려해 지원 대상을 정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의 75%, 차주수 60% 이상이 금리 5%에 밀집돼 있다.
다만 은행별로 일부 지원기준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겨뒀다. 지원금액 한도를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이고 감면율을 90%에서 70%로 낮추는 방법 등이다. 은행권은 이번 공통 프로그램을 통해 약 187만명의 개인사업자에게 인당 평균 지원액 85만원, 총 1조6000억원 규모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1월 중순까지 은행별로 집행 계획을 수립하고 2월부터는 이자 환급 지원을 개시해 3월까지 최대한 집행한다는 포부로, 약 50% 수준이 1분기 말까지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프로그램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방안으로, 4000억원 규모를 지원한다. 각 은행은 이자 환급 외에 전기료와 임대료 등의 지원 등의 방법을 고안해 내년 3월 내 수립을 완료하고 연내 실행할 계획이다.
순익 성장 전년 대비 낮지만 상생 실천
상생금융 취지에 동감해 동참하고 있는 은행권은 빠른 진행 속도에 다소 숨이 차 보인다. 금리인상기를 거치면서 당기순이익이 급증했으나 내년 1월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해당 방안의 대상 차주와 재무적 처리 방법, 자율 프로그램 선정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약 3개월간 당국 추정치인 2000억원에서 3000억원이 각 은행에서 상생금융 지원금으로 지출될 경우 건전성과 수익성 지표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어 미리 손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인상기 이전인 지난 2021년 4대 시중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KB국민은행 2조5910억원 △신한은행 2조4944억원 △우리은행 2조3850억원 △하나은행 2조5704원이다. 각 은행은 최소 지난해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말 KB국민은행 14% 성장해 2조9960억원을, 신한은행이 22.1% 증가한 3조450억원, 우리은행이 22.9% 오른 2조9310억원, 하나은행이 23.3% 성장한 3조1692억원의 당기 순익을 기록했다. 낮게는 15%, 높게는 23%의 성장률을 보인 지난해와 대비해 올해는 성장 추세가 꺾인 모양새다.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대부분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KB국민은행은 12%, 신한은행이 0.3%, 하나은행이 23.3%의 비율로 당기순익을 올렸으며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동기 대비 3.5% 하락한 실적을 기록했다. 갑작스러운 상생금융 지출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유다.
11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합산 규모는 266조2155억원이다. 은행연합회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구간별 취급비중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평균 제공 금리는 5.86% 신한은행 6.18%, 우리은행이 5.72%, 하나은행이 5.19%다. 평균금리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비중이 높은 금리 구간은 달랐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경우 5~6% 미만 구간에 가장 높은 취급비중을 보여 각각 38.9%, 44.2%, 36.4%의 대출에 해당 금리가 적용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4% 미만 금리가 30.4%에 해당되며 타 은행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5~6%의 경우 15.9%를 차지한다. 오히려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구간은 6~7% 미만 구간이다. 특히 5~7% 구간 합산치는 △국민은행 70.5% △신한은행 78.4% △우리은행 42.9% △하나은행 60% 수준이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4% 미만 금리 적용 대출 비중도 20.2%에 해당했으며, 우리은행의 경우 7~8% 미만 구간이 타행 대비 높은 15.4%가 해당됐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 구간별 기준 4대 시중은행의 4% 미만 금리 적용 평균 비중은 16.15%다. 4대 시중은행의 11월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합산액은 266조2155억원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에 신용대출 금리 기준을 적용했을때 합산액 중 4% 미만 금리에 해당하는 42조9938억원을 제외한 223조2217억원이 대상이 된다. 4대 시중은행은 해당 금액에서 부동산업을 제외한 규모에 1년간 초과 이자 납부를 한 경우 조건에 맞는 이자 환급을 실행하게 된다. 하나은행의 경우 3분기 SOHO대출 중 부동산 임대업에 실행된 대출액은 43% 수준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생 금융으로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진행되다 보니 자율 프로그램이나 회계상 처리 등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라면서 “수익성 지표 등 재무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해당 부서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