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지난 3년간 묵혀왔던 항공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특히 여행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2024년 항공수요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저가항공사(LCC)들은 항공수요의 회복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 LCC들은 수익성 개선을 통한 결손금 축소, 외부 투자자의 엑시트 가능성 등 다양한 당면과제를 맞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 LCC들이 당면한 과제를 살펴보고 그 가능성에 대해 논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코로나19 이후 비용 지출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부터 비용 효율성이 좋은 항공기(B737 MAX 8)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비용 절감 전략을 결정한 바 있다. 지난 11월부터 새 항공기가 도입되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이 전략은 바뀌지 않고 이어진다. 새 항공기 도입을 통해 제주항공은 리스부채 및 충당부채 감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항공 공급 증가가 전망되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단거리 노선 비용 효율화 전략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기 직접 구매 등 효율적 비용 지출에 방점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12월 기준 42대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신규 기종인 B737 MAX 8 기종 2대가 도입되면서 항공기 운용규모가 40대에서 42대로 늘어났다. 제주항공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B737 MAX 8 기종 40대 이상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제주항공이 보잉사와 맺은 항공기 50대 구매계약에서 40대는 확정 구매분이기 때문이고, 나머지 10대분은 상황에 따라 구매가 결정되는 옵션 구매분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항공기 직접 구매를 통해 리스부채 등을 줄임과 동시에 연료비 절감을 통해 지출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전략은 단일 항공기 기종 운용을 통한 비용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일 항공기를 운영할 경우 정비 효율성 등 이유로 운용 비용이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다. 단일 항공기를 유지하며 정비 비용 절감이 가능할 뿐 아니라 직접 항공기 소유권을 가짐으로써 정비도 직접 챙길 수 있다. 항공기 리스의 경우 항공기 소유권이 리스사에 있기 때문에 정비도 리스사가 지정한 곳에서만 할 수 있다. 이에 정비비용 절감이 어렵다. 또한 B737 MAX 8 기종은 연료효율성이 동급 항공기보다 15%가량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측은 항공기 구매 비용이 4조9774억원이 될 것이라 밝혔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실제 구매비용은 2조~3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량 구매에 따른 비용 절감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에 제주항공은 연간 항공기 구매비용으로 2027년까지 매년 6천억원가량을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신기종 도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까지 제주항공은 연료비로 3669억원을 지출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제주항공의 연료비 지출 규모는 5278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기 1대당 연료비용은 87억원 수준이다. 앞으로 5년간 이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료구매비 절감분은 395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제주항공의 연료비 지출액은 4027억원으로 항공기 1대당 연료비는 89억원 수준이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항공기의 수명은 최대 30년으로 기존 기종보다 총 연료비를 최대 2조4000억원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리스에 따른 비용도 줄여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3분기 리스 정비 충당부채 및 복구 충당부채 규모는 3113억원, 항공기 임대에 따른 리스부채는 3306억원이다. 직접 항공기를 구매하면서 리스부채 및 충당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올해 3분기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469.3%로, 향후 전체 항공기(60대) 중 최소 신규 도입 항공기(40대)을 고려할 경우 나머지 리스 항공기에 대한 리스비용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확대로 수익성 확보는 과제
다만, 비용절감과 함께 매출 확대가 함께 나타나야 최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국내 LCC 산업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도 좌석 수 공급 과잉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 그에 따라 수익성을 결정짓는 승객 당 매출액이 정체 상태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항공수요가 크게 늘면서 국내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항공기를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항공사들의 운영 항공기수는 325대였지만 올해 말 345대로 6.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에는 370대 수준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공급 과잉 및 운임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LCC 업계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수요는 탑승률로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주요 LCC들의 탑승률(공급좌석 대비 탑승객 수)는 85% 이상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의 해당 기간 탑승률은 86.6%다. 장거리 노선을 주력으로 삼는 FSC(Full Service Carrier)가 탑승률 80~81%를 기록한 점에 비하면 수요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승객당 운임 하락 현상은 올해부터 감지되고 있다. 제주항공이 국제선 승객 1명을 1km 태웠을 때 발생하는 매출액은 지난 1분기 7.3달러에서 2분기 6달러, 3분기 6.4달러를 기록했다. 오는 4분기는 6.1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해당 수익성 지표가 올해 전체(6.1달러)보다 8.2%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좌석 공급 과잉에 따른 객단가 하락에 대비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장차 LCC 시장의 경쟁이 강화되는 가운데 항공기 공급 차질에 따른 리스비용까지 오르면서 항공기 현대화작업(신형 항공기 교체)에 나섰다"라며 "신형 항공기 운용 규모를 확대해 향후 현재 전체 매출 원가의 35%를 차지하는 연료비용을 12%가량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리스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