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크로스보더 인수·합병(Cross-border M&A)은 국내와 해외 간에 이뤄지는 계약이기 때문에 언어나 제도 등에서 풍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범주 태평양 변호사는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3개국어를 구사할 뿐만 아니라 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태평양의 '라이징 스타'로 꼽힌다.
이 변호사는 기업의 M&A, 상사 및 경영권 분쟁, 외국인투자, 해외투자, 기업소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10년째 태평양에 몸담고 있다. 지금까지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LG유플러스(032640)의 CJ헬로 인수, 한국닛산의 한국 규제 업무 관련 법률 등 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한 굵직한 사건을 담당해 왔다.
이범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M&A팀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다. 영어와 일본어 구사 능력이 있는 한국 변호사로서 인바운드M&A, 아웃바운드M&A 등 크로스보더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이외에도 일본 의뢰인의 국내 법률 소요에 대응하는 일본 Practice, 국내외 배터리 규제 관련 검토, 자동차 업계의 의뢰인에 대응하는 자동차 분야 등의 업무도 하고 있다.
-로컬 딜과 크로스보더 딜의 차이는
△로컬 딜은 거래 당사자들이 모두 국내에 있기 때문에 한국의 법률이나 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크로스보더 딜은 국경을 넘기 때문에 양측 당사자의 법률 및 규제가 모두 관련된다. 예를 들어 국내회사가 미국회사에 투자한다면 국내회사는 국내 외국환 규제, 상법상 의사결정 절차, 공시 절차 등을 모두 준수해야 하고, 미국회사는 현지 회사법, 미국의 외국인 투자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크로스보더 딜은 정치적·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정치적 측면에서는 방위산업 같은 민감성이 있는 산업의 M&A가 이뤄질 때 영향을 미친다. 중국기업 더블스타의 자문을 맡으면서
금호타이어(073240) 인수 건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 금호타이어에 방산사업부가 있었는데, 한국은 방산사업부가 포함된 기업의 M&A를 진행할 때 외국인 투자 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사 과정에서 이 같은 제한사항을 파악했고, 태평양의 M&A팀 이외에 방위산업 전문가를 투입해 성공적으로 딜을 마쳤다.
-문화적 차이를 경험한 적도 있는가
△프랑스에 공장을 두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 부품회사 실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프랑스 공장의 실사를 맡은 로펌이 7월에서 8월까지 바캉스 기간이라 업무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전한 경험이 있다. 협의를 통해서 해당 건은 해결이 됐지만 문화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바라보는 기업가치의 간격을 조정하기 어려울 거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
△모든 M&A협상에서 직면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정답이나 지름길은 없겠지만 양쪽 당사자의 핵심적인 필요사항을 구분하고, 충돌하지 않는 핵심 사항을 살리면서 핵심적이지 않은 것은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딜 전문가의 중요한 소양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범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사진=법무법인 태평양)
-담당하는 분야에서 최근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슈가 있나
△미국 IRA(Inflation Reduction Act)를 필두로 한 배터리 및 첨단 분야 공급망 재편, 러시아 전쟁 및 CFIUS 등 외국인 투자 규제 강화가 크로스보더M&A에서 화두에 올라 있다. 특히 배터리나 반도체 같은 핵심적인 분야에 자본이 몰려 크로스보더M&A에 대한 수요가 크고 규제도 강하기 때문에 투자 전에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M&A시장이 한동안 정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크로스보더M&A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크로스보더M&A는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올해 하반기에는 엔화가 낮아지면서 그 영향으로 일본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위축됐지만 반대로 국내 기업들의 일본 기업 투자는 늘었다. 내년에 달러화 고평가가 계속되고 국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외국 기업의 인바운드 투자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을 둘러싼 De-risking(위험 감소)흐름이 한국·일본·미국 사이의 자본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진행한 업무 가운데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가
△M&A 건은 아니지만 2015년부터 진행한 '닛산 자동차' 건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VW의 디젤게이트 이슈와 맞물리면서 닛산 자동차가 배출가스 저감 장치에 대한 임의설정을 했다는 건이었다. 당시 소송과 규제기관 대응을 진행하면서 외국인 고객을 이해시켜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인 고객 입장을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내년에 태평양에서 추진하는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최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원스톱 서비스'를 계속하고 싶다. 한국어·일본어·영어 등을 구사할 수 있어 강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해에는 현재 지연되고 있는 딜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