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하림지주(003380)가 주력 계열사
팬오션(028670)을 앞세워 HMM 인수전에 참전하자 인수주체인 팬오션의 재무 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림이 HMM 인수를 성사시킬 경우 팬오션이 연간 2400억원 이상의 추가 이자 부담을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운업계 시황이 긍정적이지 않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또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선박 등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팬오션은 앞으로 친환경 선박 확대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라 HMM 인수 후 재무부담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오션의 주력사업인 벌크선(사진=팬오션)
인수 성공해도…내년 시황따라 충격 불가피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팬오션의 올해 3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697억원으로 지난해 말(7446억원)보다 23.5% 줄었다. 팬오션은 하림그룹의 HMM 인수전에서 인수 주체로 등장했다. 하림그룹 내에서 자금 동원력이 가장 우수할 뿐 아니라 해운사라는 정체성으로 향후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곧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선박 매각, 영구채 발행, 보유 유가증권 매각 등 자체 조달 금액과 재무적투자자(FI) JKL파트너스의 지원 등으로 총 2조원 수준의 현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후 남은 자금은 8500억원 규모의 하림그룹의 양재동 물류부지 개발 이익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하림그룹이 3조원가량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림그룹은 6조원대 초반 가격을 HMM 인수 희망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자체 조달과 투자자 조달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인 3조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팬오션이 인수 주체로 나선만큼 향후 인수금융 부담을 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고금리 영향으로 인수금융 이자율이 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조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경우 연 이자는 2400억원이다. 팬오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172억원임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의 75.6%가 이자비용으로 지출되는 것이다. 내년 벌크선 시황도 올해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인수 이후 인수금융 부담도 전망치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영구채 발행도 추진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HMM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한 방편으로 풀이하고 있다. 팬오션의 최근 신용등급이 A- 등급임을 고려하면 이자율은 최소 4%대 이상으로 예상된다. 팬오션은 현재 5천억원대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자금액은 최소 연간 200억원이다. 인수금융과 회사채 부담이 실현될 경우 연간 영업이익에서 이자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이 82%로 늘어난다.
이에 일각에서는 HMM 인수 이후 HMM이 보유한 현금으로 인수금융을 상환하는 등 '빼먹기'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시장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수 이후 팬오션이 자력으로 부담 경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일각은 내년 컨테이너선 시장 하강국면에 따라 팬오션이 HMM 인수 이후를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 HMM이 팬오션에 인수될 경우 팬오션의 주력 사업은 컨테이너선 사업으로 바뀐다. 올해 3분기 기준 HMM의 컨테이너선 사업 매출액은 5조2772억원, 팬오션의 벌크선 사업 매출액은 2조3835억원이다. 인수 이후 주력 사업이 바뀌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피할 수 없는 친환경 선박 확대 투자…부담 지속
설령 하림이 HMM을 인수한다해도 인수와 별개로 진행하는 투자 때문에 재무부담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친환경 선박 투자가 향후 재무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높인다. 팬오션은 2026년까지 앞으로 3년간 20억달러를 쏟는 선대확장(선박 수 증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메탄올 등 탄소 배출이 적은 선박으로 선박을 교체함과 동시에 운용 선박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팬오션에 따르면 총 투자 예정액은 20억3200만달러로 3분기까지 3억4400만달러만 집행됐다. 투자가 2026년까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남은 3년간 16억8800억달러가 투입된다. 연 평균 투자금액은 5억6200만달러다.
자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팬오션 입장에서는 친환경 투자를 멈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해운사들을 대상으로 환경규제를 강하게 걸면서 해운사들이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전환을 빠르게 이어가고 있다. 해운업계가 선박 공급과잉-물동량 감소 상황에 직면했는데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을 빠르게 진행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HMM 인수금융 이자 비용과 친환경 선박 도입 비용은 향후 팬오션의 재무지표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팬오션은 2021년과 2022년 꾸준히 보강한 현금성 자산으로 올해 3분기 부채비율 62.9%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재무 부담이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시적으로 부담이 증가할 경우 재무지표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관측이다.
<IB토마토>는 하림지주에 향후 재무부담 대응책 등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