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화생명(088350)이 해지리스크(대량해지 위험) 재보험 출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보험사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비율의 하락을 방어하는 데 유용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수 요인 가운데 해당 효과로 K-ICS 수치 하락을 가장 크게 상쇄했는데, 4분기 영향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된다.
K-ICS 비율 16%p 보전…상쇄 효과 최대
22일 보험업계 및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해지리스크 재보험 출재로 인한 효과가 K-ICS 비율 16%p 제고(연초 대비 지난 3분기 기준)로 나타난다. 해지리스크는 올해 K-ICS가 도입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위험 중 하나인데, 관련 리스크를 재보험사에 넘기면서 자본비율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해지리스크는 K-ICS 산출 과정에서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위험액을 늘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일부 보험사는 재보험 출재로 해당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 손해보험 업계서는
현대해상(001450)이 출재 효과로 K-ICS 비율을 8% 제고했다.
한화생명은 3분기 K-ICS 비율이 잠정치 기준 182%로 1분기 181%와 2분기 180% 수준을 유지했다. 한화생명 측은 "지속적인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 유입의 확대와 대량해지 위험액 재보험 출재 등으로 K-ICS 건전성을 유지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올해 연초 대비 K-ICS 비율 변동 흐름을 살펴보면 하락 요인으로 △지난 4월 해외 신종자본증권(한화 1조673억원) 조기 상환에 따른 10%p △IFRS17 가이드라인 반영으로 인한 제도 강화와 금리 영향(금리 상승과 장기선도금리 인하) 19%p 등이 있었다.
반면 상승 요인으로는 △해지리스크 재보험 출재 16%p △신계약 CSM 유입 14%p △후순위사채 발행 4%p 등으로 확인된다. 한화생명은 K-ICS 비율 하락 주요 요인으로 30%p 가까이 떨어져야 했지만 위 요인들로 방어한 셈이다. 특히 해지리스크 부문은 신계약 CSM 부문보다 더 큰 수치를 보이면서 효과를 확실하게 입증했다.
이와 관련 정민기
삼성증권(016360) 애널리스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자본비율이다"라면서 "IFRS17 관련 가이드라인 불확실성이 해소된 가운데 자본비율을 180% 이상으로 방어하면서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라고 평가했다.
추가 출재 여부 시행세칙에 달려…내년에도 중요성 높아
한화생명은 해지리스크 완화를 위해 지난 2분기 대량해지위험 8000억원 가량을 재보험에 출재한 바 있다. 당시 한화생명 측에서는 이에 따른 K-ICS 비율 영향으로 수치 10%p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3분기에는 5500억원가량을 추가 출재했다.
남은 4분기 대량해지위험의 재보험 추가 출재 여부는 금융당국의 시행세칙 향방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감독원에서는 대량해지위험 관련 상품군별 위험계수 차등화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보험영업 상품에 대한 구분 없이 해지율 가정 산출 기준이 30%로 일괄 적용되고 있었는데, 이를 저축성보험 35%, 보장성보험 25%로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보험업계서는 해당 내용을 올해 말부터 적용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적용 가능성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부 보험사에서 그러한 요청이 있었다"라면서 "필요에 따라 조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고 현재는 논의 중이기 때문에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한화생명)
업계서는 대량해지위험 계수가 상품군에 따라 차등화된다면 관련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화생명 측은 3분기 기업설명회(IR) 당시 시행세칙이 올해 말부터 적용될 경우 4분기에는 추가 출재 없이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지리스크 재보험 출재를 통한 K-ICS 비율 제고는 내년에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경제적 가정 변경(장기선도금리 인하, 최종관찰만기 연장, 유동성 프리미엄 축소)으로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가 예정된 탓이다.
한화생명은 경제적 가정 중에서도 장기선도금리 인하나 최종관찰만기 영향보다는 유동성 프리미엄 인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내년의 경우 보험부채 할인율 강화 영향으로 K-ICS 비율이 9%p 내외 감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K-ICS 비율 목표로는 190% 수준 유지를 제시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보험부채 할인율 하락은 신계약 유입 효과 축소(CSM 환산 배수 축소) 압력으로 이어진다. 해지리스크와 같은 신규 리스크 위험액의 감소는 이러한 측면에서 보험사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