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이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사
엘앤에프(066970)가 전환사채(CB) 전환가액을 리픽싱 한도까지 조정했다.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으로 이번이 두번째다. 전환가액이 하락한 가운데 추가적인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아 전환권 행사보다 풋옵션 가능성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엘앤에프 본사 전경(사진=엘앤에프)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엔에프는 지난 2021년 11월15일에 발행한 1000억원 규모의 5차 전환사채(CB) 전환가액을 18만2268원에서 17만7462원으로 조정한다고 공시했다. 전환가액 하락에 따른 전환가능 주식 수도 54만8642주에서 56만3500주로 늘었다. 이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엘엔에프가 발행한 주식 총수(3624만7825주로)의 1.6%에 해당한다.
엘엔에프는 지난해 2월15일 CB 전환가액을 한 차례 조정한 바 있다. 당시 엘엔에프는 전환사채 전환가액을 18만6802원에서 18만2268원으로 낮췄다. 그에 따른 전환가능 주식수는 53만5326주에서 54만8642주로 늘어난 바 있다. 두 차례의 전환가액 조정으로 잠재적인 매도 물량이 증가해 향후 오버행 우려가 커진 셈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통상 전환사채 전환가액이 조정될 경우 오버행 우려가 발생한다. CB 투자자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CB 발행기업과 주가 하락 시 전환가격을 낮추는 리픽싱(refixing, 전환가액 조정) 조건을 붙여 계약한다. 리픽싱 한도는 최초 CB 전환가액의 70%가 한도다. 다만,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친다면 액면가까지 리픽싱 한도를 늘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리픽싱은 3개월마다 이뤄지는데 3개월 평균 주가 흐름이 하락할 경우 그에 맞춰 전환가액을 조정한다. 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지면 CB 투자자는 취득할 수 있는 주식수가 늘어난다. CB 발행금액은 변함이 없지만, 주당 취득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환가액 이하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한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주식을 사는 꼴이니, 풋옵션을 통해 원금이라도 회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반대로 주식이 상승할 경우 투자자는 CB를 주식으로 교환해 주식 매각에 따른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엘엔에프의 경우 2021년 전환사채 발행 당시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 모두 0%에 전환비율 100%로 책정됐다. 이는 CB 투자자가 채권 수익보다 향후 주식 전환을 통한 시세 차익을 기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재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엘엔에프 주가 방향도 미지수다. 올해 상반기 이후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관련 산업들이 투자를 조절하고 있어서다. 엘엔에프의 최대 거래처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 11일 포드, 코치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철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고려했을 때 투자에 적절한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3자간 동의하에 양해각서(MOU)를 철회했다. 이에 엘엔에프 주가도 지난 4월 34만9500원에서 11월16일 현재 15만800원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엘엔에프는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한도를 5%로 제한했다. 이는 더 이상 전환가액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CB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더욱 높은 상태다. 5회사 CB에 대한 전환권 행사는 2022년 11월15일부터 시작됐고, 풋옵션 행사도 올해 11월15일부터 가능한 상태다. 현재 아무도 전환권과 풋옵션을 행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엘엔에프가 투자자의 전환청구권 행사 이전에 시가를 밑도는 신주, CB 혹은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경우 5% 조정 제한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향후 엘엔에프가 향후 낮은 주가 상황에서 신주발행, CB, BW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오버행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