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수직계열화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지구위의 모든 영역에서 사업 모델을 구축한 한화는 각 계열사별로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이 차기 방산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은 지구 밖 우주 및 무인화 사업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차기 성장동력 확보가 시작된 가운데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성장 동력이 충분한지 살펴보고, 주요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의 성장 연료인 재무적 여력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000880)그룹이 2030년 글로벌 10대 방산사업체로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상, 해양, 전술체계 등 영역을 아우르는 방산 사업 확대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화가 글로벌 10대 방산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상 위주의 매출에서 탈피해 우주 영역으로 확장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한화그룹의 항공우주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향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우주 사업을 성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 본사(사진=한화)
방산사업 통합 및 확장…시너지 효과 '톡톡'
한화그룹은 방산사업을 주요 축으로 올해 그룹 내 방산사업을 통합 및 확장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개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이하 한화에어로)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11월 한화디펜스를, 올해 4월 한화 방산사업부를 합병했다. 또한 한화에어로는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042660)) 인수에도 참여해 지분 24.08%를 취득했다.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편입되면서 한화그룹은 지상, 항공, 해양, 우주를 아우르는 방산집단으로 거듭났다.
한화그룹이 거대 방산집단으로 새롭게 시작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를 중심으로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기존에 항공 엔진 사업이 주요 사업이었으나 한화디펜스 인수로 지상, 대공, 기동 등 지상무기로 영역을 확장했고 한화 방산사업부 인수로 탄약 및 유도무기 체계를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 영역을 크게 확장했다. 한화에어로 안에서 지상방산과 탄약 사업이 결합해 패키지식으로 방산 수출에 나서 효과를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한화디펜스와 통합 직후 폴란드 정부와 35억달러의 다연장로켓 천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대, 유도탄, 장사거리탄을 한 번에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합병 이전에는 무기와 탄약을 별도 회사에서 제조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에서 한 번에 제조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효율성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도 방산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10월 개최된 ADEX(서울국제항공우주방산전시회)에 해양의 한화오션도 함께 참여시켜 그룹간 시너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너지 효과는 방산 구조 개편이 있었던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가 선정한 세계방산업체 순위에 따르면 한화는 2022년 43억8123만달러 매출을 올리며 세계 방산기업 순위 26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30위에서 순위가 4계단 상승했다.
쎄트렉아는 위성사업 매출액
시너지 효과에 따른 매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927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4조4650억원)에서 32.8% 늘었다. 한화에어로는 합병에 따른 매출 외형 확대와 함께 패키지식 방산 수출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양에서도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과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III의 5번과 6번 함정 본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함정 건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총 7917억원 규모로 체결된 함정 건조 계약은 내년부터 건조에 들어가 오는 2027년과 2028년에 걸쳐 해군에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화시스템(272210)이 해당 함정에 전투체계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투체계는 레이더 등 탐지 센서와 함포 명령 체계와 분석 시스템 등이 포함된 함정 시스템으로 국내 시장은 한화시스템이 독식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향후 군함 등 특수선 사업 비중을 현행 17%에서 30%로 확대하겠다고 방침을 정한만큼 계열사 한화시스템도 한화오션의 특수선 수주 확대 전략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 집중된 방산사업…항공우주로 확장 필요성 '대두'
한화그룹은 지난해 방산사업 개편에서 2030년까지 세계 10대 방산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지상에 치중된 방산사업을 해양과 항공우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해 한화가 향후 ‘한국형 록히드 마틴’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보여줬다.
우주사업은 사업 규모가 커 매출 외형을 키울 수 있다. 또한 고난이도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현재 세계 방산업체 순위 1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록히드 마틴과 노스롭 그루먼은 모두 우주 사업 매출 비중이 높다.
각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록히드 마틴은 올해 2분기 전체 매출 167억달러 매출 중 우주 사업 매출(31억6600만달러) 비중이 18.9%를 차지했다. 록히드 마틴은 최초의 달 수송선 프로젝트, 방산용 위성 및 차세대 요격미사일 시스템 사업으로 우주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노스롭 그루먼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사업을 주도하는데다 시그너스 우주선을 통한 국제우주정거장(ISS) 화물 셔틀 사업 등으로 지난 2분기 우주사업으로 33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분기 노스롭 그루먼 매출(95억8천만달러)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방산기업에 비하면 한화의 우주사업은 아직 초기라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를 중심으로 우주 발사체 및 인공위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2021년 지분 20%를 취득한 관측용 인공위성 제조사
쎄트렉아이(099320)를 통해 항공우주 매출을 채우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의 3분기 누적 항공우주사업 매출은 870억원으로 전체 매출(5조9273억원)의 1.5%에 불과했다. 올해 3분기 쎄트렉아이 누적 매출이 877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항공 매출은 전부 쎄트렉아이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쎄트렉아이의 매출 성장률은 지상 방산 분야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쎄트렉아이 매출 전망치는 1180억원으로 오는 2025년 1300억원으로 10.2% 성장이 예상된다. 그에 비해 지상방산 매출 예상치는 올해 3조6440억원에서 2025년 5조540억원으로 38.7%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쎄트렉아이 중심의 우주 사업 비중이 장래에 더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부분이다. 쎄트렉아이의 주력 사업인 관측용 위성 시장이 전체 위성 시장의 5% 수준에 불과한데다 정부 수요가 민간 수요보다 커 성장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관측 위성을 통해 생산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시장도 크지 않은 점이 쎄트렉아이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인수합병을 통해 우주 사업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 그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 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에 대한 준비도 시작됐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5월 한화솔루션과 각각 6557억원씩 합작투자해 미국에 한화퓨처프루프(Futureproof)를 설립했다. 한화퓨처프루프는 항공우주와 에너지 등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가시적인 항공우주 투자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로 특성상 우주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IB토마토>는 한화그룹에 향후 우주 사업 확장 방안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