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처리 시장 2025년 1000조·2030년 1500조 성장 전망'수처리 2강' GS건설·코오롱글로벌 등, 시장 공략 가속화삼성엔지니어링·현대엔지니어링도 글로벌 수처리 시장 진출 '잰걸음'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기점으로 한층 더 움츠러든 건설경기에 국내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 찾기’ 열풍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전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은 ‘친환경’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단순히 신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닌, 친환경 건설기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IB토마토>는 이같은 건설업계의 변화에 발맞춰 주요 건설사들의 친환경 사업 진행 상황과 함께 이 사업들이 향후 각 건설사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짚어보려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건설업계가 점찍은 또 하나의 친환경 신사업은 ‘물관리’다. 상·하수도, 폐수 처리, 해수담수화 등 광범위한 물관리 시장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 유력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체 기술력을 갖추고 글로벌 수처리 시장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2일 시장조사 전문기관 글로벌 워터마켓에 따르면 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000조원, 2030년 15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영국 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 수처리 시장 규모는 940조원으로 연평균 4.2%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수처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42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성장성이 높은 물관리 시장에는 다양한 업계가 뛰어들어 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4년 수처리 사업에 진출한
LG화학(051910)은 현재 글로벌 해수담수화 역삼투막(RO멤브레인)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 있다. 최근 회사는 청주공장에 1250억원을 투입해 사업 확장에 나섰다. 올해 2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RO멤브레인 사업의 매출을 5년 내 4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시티 솔루션 기업인
비츠로시스(054220)도 올해 3월 수처리 전문기업인 상림이엔지의 지분 100%를 45억원에 인수하고 지난달 흡수합병했다. 상림이엔지는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을 대상으로 계장제어장치, 스마트 원격검침장치 등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비츠로시스는 2025년까지 환경사업 분야 매출을 5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처리 기술과 시공역량을 보유한 건설업계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수처리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수처리 사업에서 발생한 영업실적이 유의미한 수준까지 올라와 향후 사업 성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S건설의 자회사 GS이니마가 UAE에서 수주한 '슈웨이하트 4 해수담수화 사업' 조감도.(사진=GS건설)
‘수처리 강자’ GS건설·코오롱글로벌…자회사·독자 기술로 시장 공략 가속화
국내 건설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수처리 분야 성과를 기록한 곳은 GS건설과 코오롱글로벌이 대표적이다.
GS건설(006360)은 지난 2012년 스페인의 수처리 업체 ‘이니마’를 인수해 매년 GS건설 실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회사로 성장시켰고, 코오롱글로벌은 수처리 관련 국내·외 특허 50여개를 보유하는 등 뛰어난 자체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건설 자회사 GS이니마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053억원, 영업이익 78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GS건설의 ‘신사업 분야’ 매출 1조250억원 중 약 3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GS이니마는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183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올렸다. GS이니마의 매출이 GS건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2%, 올 상반기 3.1%다.
GS이니마는 최근 중동에서 눈에 띄는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아랍에미리트(UAE) 수전력공사가 발주한 약 9200억원 규모 ‘슈웨이하트 4 해수담수화 사업’을 수주했다.
GS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수처리사업은 GS건설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대표적 친환경 사업”이라며 “UAE 해수담수화 사업 수주를 통해 세계 수처리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003070)의 경우 ECO사업팀에서 수처리 사업 수주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 1997년 태국에서 찻차부리 수처리 시설을 준공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한 회사는 하·폐수 처리와 유기성폐기물 자원화 등을 통해 환경분야의 수처리 사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이달 현재 44개의 수처리 관련 국내 특허와 7개의 국제 특허(미국, 중국, 필리핀) 등 총 50여개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중동과 동유럽에서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말 사우디 업체인 마스코(MASCO)와 사우디 국영수자원공사(NWC) 발주 프로젝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정부는 ‘네옴시티’ 개발의 일환으로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2000억원) 규모의 수처리 프로젝트 예산을 승인한 바 있다.
재건 사업이 예정돼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수처리 분야 프로젝트 수주가 기대된다. 회사는 지난 7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수처리 및 인프라 분야 현지 업체와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초로 ‘저에너지 수처리 분리막 수처리 기술’을 개발해 국내 하·폐수 처리장에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독자적인 수처리 기술을 통해 환경 시설 인프라 확대에 필요한 기술을 시장에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삼성엔지니어링과 베트남 DNP워터의 인수협약식 모습.(사진=삼성엔지니어링)
삼성ENG·현대ENG도 수처리 시장 ‘노크’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지난해 베트남을 거점으로 글로벌 수처리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6월 베트남 최대 규모 수처리 업체인 DNP 워터의 지분 24%를 4100만 달러(한화 527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은 공공운영 방식으로 추진되는 베트남 상·하수 사업 특성상 산업용 폐수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현지 업체 인수로 베트남 내 수처리 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된 셈이다.
올 들어서도 베트남 롱안성 폐수처리장 투자에 나섰고, 호치민시와 수처리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
CJ대한통운(000120) 건설부문, HL에코텍과 함께 진행한 ‘차세대 막분리(MBR) 공정’에 관한 기술 개발을 마무리 짓고 수처리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9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6100만 달러(한화 817억원) 규모 렘바임부 정수장 건설공사를 수주해 지난해 준공한 바 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