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KG그룹 내에서
KG모빌리티(003620)가 아닌
KG스틸(016380)이 배터리팩 제조 사업에 진출하면서 비효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직접 배터리팩 제조 사업에 뛰어드는 것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KG스틸은 전기차 생산에서 철강 소재 비중이 줄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패터리팩 생산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KG스틸 배터리팩 공장이 들어설 KG모빌리티 창원공장(사진=KG모빌리티)
전기차 확대에 소재 공급보다 배터리 제조로 방향 전환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G스틸은 700억원을 들여 배터리팩 신규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G스틸은 연간 전기차 5만대분의 배터리팩을 생산할 계획이다. KG스틸은 2024년 말까지 공장 준공을 마무리하고 2025년부터 배터리팩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KG스틸이 생산한 배터리팩은 계열사인 KG모빌리티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KG스틸은 배터리의 기본 단위인 셀과 모듈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외장재를 직접 제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막대한 투자비 및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배터리 셀 제조는 전문 배터리 제조사가 담당하고 그 이후 배터리 셀과 모듈 조립 공정부터 배터리팩 외장재 생산까지 KG스틸이 담당한다. 셀과 모듈 공급처로는 중국의 BYD(비야디)가 거론되고 있다. 비야디는 2021년부터 KG모빌리티, KG ETS 등 KG그룹 계열사들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 3위의 배터리 제조사다.
KG스틸은 계열사 KG모빌리티의 전기차 전략 확대에 맞춰 배터리팩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단순 자동차 부품용 철강 소재를 공급하는 것보다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팩을 공급하는게 수익성이 더 높다. 게다가 전기차가 시장에서 비중을 키울수록 철강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경량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철강보다 알루미늄 등 가벼운 금속 사용량이 많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내 알루미늄 사용 비중은 250kg(킬로그램)으로 내연자동차 내 알루미늄 사용량인 70kg보다 3배 이상 높다. 관련 업계에서는 KG모빌리티의 전기차 확대 전략이 KG스틸의 자동차 부품용 철강 소재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KG스틸이 재빠르게 배터리팩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KG스틸이 배터리팩을 넘어 배터리셀 사업에도 진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KG스틸은 지난 10월12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KG에너켐 지분 280만주를 출자해 지분 100%를 취득했다. KG에너켐은 KG케미칼(지분율 78.7%)과 KG ETS(지분율 21.3%)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황산니켈 및 황산코발트 제조사다. 이를 통해 KG에너켐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KG스틸이 에너켐을 인수한 시점이 배터리팩 제조업 진출 직전인만큼 시기적으로 향후 KG스틸이 장기적으로 에너켐을 바탕으로 양극재 등 배터리 셀 제조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KG모빌리티도 준비했지만…수혜는 KG스틸 가져갈 듯
KG스틸은 경남 창원에 위치한 KG모빌리티 엔진 공장 내 유휴부지에 배터리팩 공장을 세운다. 배터리팩 사업권은 KG스틸이 보유하고 공장 부지는 KG모빌리티가 제공하는 방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업 구조가 KG모빌리티 입장에서 최선의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KG모빌리티가 직접 배터리팩 등을 생산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더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의 핵심은 배터리팩 가격이다. 배터리 가격은 통상 전기차 가격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전기차 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직접 배터리를 생산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들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고 있는 흐름을 본다면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SK온과 미국 현지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공동으로 짓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지난 5월 북미 지역에 배터리 셀 제조 합작 법인을 설립해 공동으로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배터리 직접 생산에서 선도적인 중국 비야디는 올해 4월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인 시걸(Seagull) 가격을 1300만원으로 책정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비야디는 올해 상반기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배터리 전문 조사기관인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비야디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1.1%로 지난해 같은 기간(15.9%)에서 5.2%포인트 증가했다. 성장률은 87.4%였다.
KG모빌리티는 지난 9월 토레스 EVX를 필두로 2026년까지 매년 전기차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KG모빌리티가 배터리팩을 직접 제조해 탑재하는 방법이 비용 절감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KG모빌리티는 그간 배터리 직접 생산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G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중국 BYD(비야디)와 배터리팩 생산 등 배터리 생산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8월에는 KG모빌리티와 비야디가 한국에 합작으로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KG스틸이 배터리팩 생산 사업에 진출하면서 KG모빌리티의 독자적인 배터리 직접 생산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KG모빌리티의 전기차 확대 전략의 수혜자는 KG스틸이 될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6일 550억원에 전기버스 제조사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했다. KG모빌리티는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통해 전기버스 시장에도 진출한다. 에디슨모터스는 현대자동차에 이은 국내 2위 전기버스 제조사로 지난해 국내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 10.8%를 기록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연간 전기버스 생산량은 연간 500대가량이다. KG모빌리티에서 필요로하는 배터리 용량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B토마토>는 KG스틸 측에 배터리팩 사업 진출에 따른 효과 등을 물으려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