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내년 1월부터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지점 설치가 금융위원회 인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신고제로 바뀌며 뒷북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업계가 영업 확대의 기회로 바랐던 일이지만 디지털화된 최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 기준 5대 저축은행의 경우 자산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임직원 수도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점도 현 수준을 유지하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해당 정책은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상호저축은행 지점설치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7월 지점 설치 시 금융위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을 공포한 데 이어, 지점 설치 신고 요건을 정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인가제로 운영되던 지점 설치를 신고제로, 출장소·여신전문출장소는 사후보고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앞서 저축은행 지점 설치는 과도한 외형 확장에 따른 부실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인가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타 업권과 달리 영업활동과 무관한 사무공간 확장 시까지 인가를 받아야 하는 제약이 존재했다.
금융위 측은 지점설치 규제 완화로 저축은행의 경영 자율성이 제고되고, 고객 접점확보가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완화가 저축은행업계에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디지털 추세로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면서 저축은행업권의 점포 수 되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점포수(본점·지점·출장소·사무소)는 전년 같은기간보다 11곳 감소한 278곳으로 확인됐다. 5대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지난해말 76곳에서 올해 2분기 75곳으로 OK저축은행의 지점 1곳이 줄어들었다.
저축은행들은 지점 축소와 함께 직원수 감소도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자산 기준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저축·웰컴·페퍼)의 올해 6월 말 기준 임직원 수는 346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말(3223명)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올해 1분기에 3554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첫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저축은행별로는 2020년 말 435명에서 지난해 말 554명으로 확대됐던 페퍼저축은행의 임직원 수가 올 들어 548명으로 6명 감소했다. 자산 규모 성장 시기에 공격적으로 임직원 수를 늘렸지만 성장이 주춤해지자 임직원 수도 자연히 줄었다는 평가다.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OK저축은행은 2020년 말 1078명에서 2021년 2분기(981명)에 1000명 이하로 줄었다가 2022년 2분기(1107명)에 1100명대로 늘어난 뒤 올해 1분기(1145명)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2분기 1116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SBI저축은행은 2020년말 602명에서 지난해말 660명까지 꾸준히 증가했다가 올해 1분기(644명)부터 임직원 수가 줄더니 2분기에는 638명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올 2분기 임직원 수가 각각 1분기보다 10명 줄어든 451명, 웰컴저축은행 역시 44명 줄어든 712명으로 감소세가 나타났다.
5대 저축은행 자산 성장세 둔화에 건전성도 고민
임직원 수 감소와 점포 수 제자리걸음은 자산 성장세 둔화와 무관하지 않은데, 5대 저축은행의 2분기 기준 총자산 규모는 △SBI저축은행 15조5743억원 △OK저축은행 14조5738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8조6111억원 △웰컴저축은행 6조7026억원 △페퍼저축은행 6조3861억원 등 총 51조8509억원으로 파악된다. 지난 1분기(51조7951억원)보다는 소폭 증가했으나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 3분기(52조9030억원)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
5대 저축은행은 2분기 들어 건전성 지표도 나빠졌다. 평균 연체율이 5.12%로, 지난해 2분기(2.54%)보다 2.58%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OK저축은행이 7.7%에서 6.97%으로 개선된 것을 제외하고는 △SBI저축은행(2.26%→4.69%) △웰컴저축은행(4.76%→7.58%) △페퍼저축은행(3.09%→7.33%) △한국투자저축은행(2.08%→4.35%) 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최근 5대 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업권의 업황이 나빠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이번 지점설치 신고제 전환 정책은 고령층을 포함한 금융약자 소외를 막기 위한 정책의 성격이 더 짙다 보니 저축은행업계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점설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너무 때늦은 감이 있다"라며 "과거와 달리 최근 저축은행들은 임직원 수와 오프라인 지점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고령층보다 MZ세대로 고객층이 이동하고 있어 지점 설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동력이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산 순위가 높은 대형 저축은행들은 서울과 수도권이 기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지점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줄여나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