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윤 창출, 재무 상태 개선 등을 목표로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 다양한 M&A 방법을 통해 성장동력을 키우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 M&A 이슈가 대두되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유형별 M&A 과정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씨티씨바이오의 이민구 대표와 파마리서치가 씨티씨바이오의 경영권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파마리서치가 씨티씨바이오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상황에서 추가 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씨티씨바이오가 지난 6월 조루증 치료 복합제의 품목 허가를 신청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씨티씨바이오, 파마리서치)
파마리서치-플루토, 공격적인 씨티씨바이오 지분 확보 계속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일 파마리서치가 씨티씨바이오의 지분 0.5%(12만142주)를 추가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씨티씨바이오의 최대주주로 오른지 보름 만이다.
씨티씨바이오와 파마리서치의 경영권 분쟁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씨티씨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이민구 대표는 지난해까지 본인 지분 9.77%와 더브릿지(이민구 대표 지분 100% 회사) 지분 2.69%를 포함해 총 12.47%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3월23일 파마리서치가 씨티씨바이오의 지분을 7.05%(170만4327주) 확보했고, 이어 4월10일 9.01%(추가매수 47만5434주)로 늘렸다. 곧바로 파마리서치는 4월24일 씨티씨바이오의 지분을 13%(추가매수 96만3047주)로 늘려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이에 이 대표는 더브릿지와 함께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15.5%(이민구 대표-12.1%, 더브릿지-3.39%)까지 지분을 늘리고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8월16일 파마리서치는 200억원 출자를 공시했고, 이어 지난달 지분 17.26%로 다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어 최근 다시 파마리서치는 씨티씨바이오의 주식 0.5%(12만142주)를 추가 매수하면서 지분 17.56%의 최대주주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파마리서치는 7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 플루토와 함께 씨티씨바이오의 최대주주 자리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플루토도 최근 씨티씨바이오 지분 1.05%를 확보한 상태다. 특히 플루토 대표가 씨티씨바이오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전홍열씨라는 점에서 이번 경영권 싸움이 눈길을 끈다. 전 대표는 이 대표가 지난 2021년 적대적 M&A로 씨티씨바이오를 인수한 직후 씨티씨바이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씨티씨바이오에 적대적M&A를 시작한 것은 2021년 씨티씨바이오의 유상증자에 참가하면서다. 이 대표는 씨티씨바이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7.18%(65만1359주)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이 대표는 씨티씨바이오 지분을 갖고 있던 동구바이오제약(지분율 5.15%)과 함께 지분을 늘렸고, 씨티씨바이오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21년 9월15일 씨티씨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조호연 씨 등 창립멤버(9.93%)에서 이 대표(9.98%)로 변경됐다. 이후 기존 경영진들이 대거 퇴사했고, 2022년 5월 전홍렬 대표는 플루토를 설립했다. 파마리서치는 이런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플루토를 100억원에 인수한 이후 함께 씨티씨바이오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루증 치료 복합제 품목 허가…지분 싸움 '접입가경' 전망
현재 씨티씨바이오의 조루증 치료 복합제가 상용화에 임박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씨바이오는 올해 6월 조루증 치료 복합제(CDFR0812-15/50mg)의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씨티씨바이오의 조루증 치료 복합제는 조루증 치료에 사용되는 미프라민과 발기부전 치료제인 실데니필 성분의 복합제다. 씨티씨바이오가 최초로 개발한 복합제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확보된 상황이다. 파마리서치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을 위한 신동력이 될 수 있다.
파마리서치는 현재 이 대표보다 2.06%포인트 만큼 지분이 앞선 상황에서 자금이 넉넉하기 때문에 자금 부족을 이유로 경영권 확보를 멈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파마리서치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유동성금융자산 포함)은 1915억원이다. 여기에 단기차입금154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6660만원, 장기차입금 1억9679억원을 제외해도 1000억원이 넘는 여유자금을 보유했다.
이에 이 대표 측은 경영권 방어를 포기하지 않고 우군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게임체인저로 언급되는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가 어느 편에 가세할지 주목된다. 씨티씨바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는 씨티씨바이오의 지분을 6.46% 보유하고 있다. 에스디비인베스트먼트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조영식 의장이 100% 소유한 투자회사다.
이민구 대표와 더브릿지 지분 15.5%에서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우군으로 편입한다면 21.96%까지 지분이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이 대표 우군인 동구바이오제약의 조용준 대표도 씨티씨바이오 지분 1.19%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씨티씨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우호지분 확보 등이 가장 확실한 방법"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밝힐 수 없으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힘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씨티씨바이오의 창립멤버이자 씨티씨바이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조호연, 성기홍 씨가 파마리서치 편에 선다면 파마리서치가 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씨바이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성기홍, 조호연 씨의 지분은 각각 2.03%, 1.96%다. 현재 파마리서치의 지분(17.56%)과 합한다면 씨티씨바이오에 대한 지분은 21.55%가 된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