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소유 저축은행은 과거부터 횡령 등의 문제점이 타 저축은행 대비 높아 고객 신뢰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너의 개인 금고로 쓰인다는 인식과 더불어 최근에는 저축은행 전반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어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IB토마토>는 최근 5년간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오너 소유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개선 여부와 경영 전반 상황 등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안국저축은행이 오너의 아들이자 2대 주주인 권성기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학재 대표를 다시 선임해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다만 지난 2020년 금감원의 제재를 받을 당시에도 김 대표가 재임하고 있던 상황으로, 재발 가능성이 없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건전성과 순익 악화 등으로 떨어지는 실적도 다시 끌어올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안국저축은행 분당출장소. (사진=안국저축은행)
자기자본비율 과대산정에 제재
안국저축은행은 지난 2020년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제재와 과태료 2400만원을 부과받았다. 안국저축은행은 총 자산건전성 부당분류 등에 의한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과대산정, 대출부당취급, 부동산개발 등 미인가업무 영위, 비업무용부동사 부당취득, 신용정보 전산시스템 접근권한 관리 불철저 등 5가지 사항에 대해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안국저축은행은 대출채권 등 보유자산에 대해 정기적으로 건전성을 분류해 적정수준을 유지해야함에도 2016년부터 2017년까지 3회에 걸쳐 자산건전성을 부당분류하고 위험가중자산 산정 오류 및 비업무용 유입부동산에 대한 평가충당금을 과소계상했다.
안국저축은행은 당시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1.11%p에서 최대 1.68%p 과대 산정했다. 부당분류를 통해 대손충당금을 최소 16억원에서 27억원으로 과소적립했으며, 2016년 1분기 결산에서는 수익증권 25억원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잘못 적용시켜 위험가중자산을 17억5000만원 과소산정했다. 당시 감사는 한울회계법인이 맡아 진행했다.
지난 2016년 1분기 공시에서 안국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13.74%였다. 수익증권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옳게 적용해 위험가중자산을 2068억원이 아닌 2085억원으로 산정했을 경우, 지난 2016년 1분기 BIS자기자본비율은 13.74%에서 13.62%로 떨어진다. 또 지난 2016년 4분기 안국저축은행은 36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으나 12억6400만원을 과소산정해 48억6400만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또 2017년 대손충당금 규모도 122억원이 아닌 134억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안국저축은행은 당시 고의성이 없는 실수에 의한 과대산정으로, 인지 후 시스템 개선을 마쳤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안국저축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12.81%로 지난해 동기 11.26%보다 상승했다. 이익잉여금이 35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62억원으로 증가한 결과다. 위험가중자산도 줄어들어 4099억원에서 3649억원으로 감소했다.
2대 주주 실적 부진에 해임
권성기 전 안국저축은행 대표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올해 9월19일까지 대표를 맡아 안국저축은행의 경영을 맡았다. 대표로 선임될 당시 권성기 대표의 예정된 임기는 3년으로, 2024년 9월 말까지 대표를 맡아 안국저축은행을 이끌 예정이었다.
부임 첫해인 지난 2021년 순이익은 직전연도 45억원 대비 54억원으로 올랐다. 금리인상기였던 지난해에도 저축은행 업계의 호황에 힘입어 안국저축은행도 지난해 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실적 향상에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경영지표가 악화돼 지난 1분기 적자전환으로 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해 18억원의 손실을 보고 상반기 누적 26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건전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2021년 전년 대비 하락하면서 건전성 개선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지난해 4.23%로 전년 대비 1.26%p 증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1분기에는 3개월 만에 2.94%p가 올라 7.17%로 상승했고, 상반기에는 1.38%p 증가해 8.55%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업계 평균치인 5.61%와는 2.94%p 차이다. 부실여신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1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2억원으로, 고정이하분류여신은 158억원에서 316억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연체대출비율도 올해 상반기 기준 9.79%로 지난해 동기 4.32%의 두 배 이상인 5.47%p 올랐다. 특히 부동산 업종 대출에 대한 연체율은 13.68%로, 지난해 상반기 5.36%에서 8.32%p 증가했다.
이 같은 경영지표 악화로 권성기 전 대표는 지난 9월19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권성기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에는 지난 2007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안국저축은행의 대표를 맡은 바 있는 김학재 대표가 재선임 됐다. 김학재 대표의 마지막 임기였던 2021년 상반기 실적은 1분기 2억원, 2분기 16억원으로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억원 증가했다.
김학재 대표는 지난 2016년 4억원, 2017년 1억원의 순손실 기조를 2018년 반전시켜 흑자전환 시킨 바 있다. 김학재 대표가 다시 안국저축은행으로 온 것은 지난 2018년과 같은 경영 안정화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저축은행 업황이 좋지 않아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업계 총자산은 13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 962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안국저축은행의 총 주식 수는 100만주로, 이 중 56.58%는 1대 주주인 권희철씨가 소유하고 있으며, 부자관계인 권성기씨가 26.76%, 권주환씨와 권주영씨가 각각 10.78%와 2.94%, 최영미씨가 2.95%를 소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안국저축은행에 김 대표의 재선임 이유 등에 관련해 취재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