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조은 기자]
넷마블(251270)이 6분기 연속 실적 부진에도 연구개발비를 늘려간 가운데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넷마블 자체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한 하반기 신작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출시 직후 일간 이용자 수가 20만여명에 육박하며 흥행 반열에 올랐다. 블록체인 자회사 마브렉스 상장도 본격화되면서 넷마블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전망이다.
천문학적 지급수수료 부담에 연구개발비 확대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2059억원, 영업손실 65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영업비용이 매출을 넘어섰기 때문인데 넷마블의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지급수수료다.
올해 상반기 지급수수료는 5531억원으로 영업비용 1조2714억원에서 43.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넷마블이 비용 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 지급수수료를 내고 있는 이유는 리니지2 레볼루션, 일곱개의 대죄 등 당사 모바일게임 인기작들이 모두 자체 IP가 아니라 로열티를 지급해야 되기 게임이기 때문이다.
타사와 비교해 봐도 넷마블의 지급수수료 비중은 월등한 편이다. 리니지를 대표 IP로 갖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올 상반기 지급수수료는 2178억원을 기록해 영업비용 8021억원에서 27.15%의 비중을 차지했다. 배틀그라운드 IP를 보유한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 지급수수료는 1321억원, 영업비용 5113억원 중 25.83%를 기록했다.
넷마블에서 인기 있는 주요 게임은 올 상반기 매출 기준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블(MARVEL Contest of Champion)이 10.36%,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가 6.30%, 제2의 나라: Cross Worlds가 4.63%, 리니지 2 레볼루션이 3.78%,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이 3.35%를 기록했다. 반면 자체 IP인 세븐나이츠2의 매출 비중은 1.19%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넷마블은 자체 IP를 비롯한 신작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2020년 5193억원, 2021년 5618억원에 머물렀던 연구개발비를 2022년 8581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도 2021년 20.9%에서 2022년 32.1%로 확대했다.
넷마블이 최근 실적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린 것은 실적 회복을 통한 미래 투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개발비는 모두 영업비용으로 회계처리 되기 때문에 매출에 비해 연구개발비가 늘어나면 영업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진=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로 자체 IP 게임 선방
다행히도 이러한 넷마블의 노력은 성과로 보답 받고 있다. 넷마블은 그동안 신작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지속한 끝에 올 하반기 자체 IP 게임으로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그랜드크로스'를 출시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지난 2014년 출시해 글로벌 6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넷마블의 대표 IP 세븐나이츠를 기반으로 개발한 방치형 역할 수행 게임(RPG)이다.
세븐나이츠는 출시 5일 만에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한 달이 지나면서 순위가 점점 떨어졌는데 지난 5일 업데이트를 한 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는 다시 4위로 상승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세븐나이츠 키우기 일간활성이용자수(DAU)는 10월 들어 18만여명을 기록했다. 특히 세븐나이츠는 20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순이용자 중에 절반 가량에 달하는 10만명이 20대다. 이같이 세븐나이츠가 20대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과도한 과금 체계를 없애고, 저용량·저사양·쉬운 게임을 표방한 것이 주요했다.
또 다른 기대작이던 ‘그랜드크로스: 에이지오브타이탄’은 다소 아쉬운 성과를 냈지만,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출시 직후를 넘어서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도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3분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플랫폼 마브렉스 구축에 연구개발비 확충
넷마블이 2022년 연구개발비를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늘린 것은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 기술 연구 개발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넷마블은 블록체인 자회사 마브렉스(MARBLEX)를 설립하고 모바일/PC 게임에 토큰, NFT, 송금, 거래 등 블록체인 기능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 구축에 투자했다.
그 결과 마브렉스는 오는 11일 일본 가상 화폐 거래소 ‘자이프’에 상장될 예정이다. 또한 마브렉스의 거버넌스 코인(의결권이 있는 가상화폐) ‘MBX’는 일본 금융청의 심사를 거쳐 지난 7월 한국산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 중 처음으로 가상자산 시장 상장 허가를 받게 됐다.
아직까지는 MBX를 통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회사 측에 따르면 MBX는 이용자, 개발자, 퍼블리셔, 서비스 제공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게임 중심의 이코시스템 및 토크노믹스를 구축하려는 프로젝트의 일종이라는 설명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그랜드크로스: 에이지오브타이탄’은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향후에도 넷마블은 자체 IP 강화에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