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배터리 제조업체
SK(034730)온이 국내 공모시장에서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글로벌 배터리 생산거점 마련 등 ‘외형 확대’에 몰두하고 있어 투자를 대비한 현금 마련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차입부담과 영업손실 지속에도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회사채 흥행이 전망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분리막 생산공장 전경.(사진=SK온)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총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이달 중순께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할 계획이다. 3000억원 규모 회사채는 2년물과 3년물로 나눠 발행될 예정이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맡았고 인수단으로는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이 참여한다.
SK온은 지난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사업부문의 물적분할로 설립됐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용 2차전지 제조 및 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SK이노베이션으로 89.5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SK온은 올해 5월 9억 달러 규모 외화(달러)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출자 2조원,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2조8000억원 등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SK온은 지난달 말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부여받기도 했다.
회사는 최근 몇 년새 외형 확대에 따른 운전 자금 증가, 완성차업체들과의 배터리 합작사 설립 등 지분투자, 설비투자 등으로 자금 지출이 커졌다. 실제 2021년 12월 말 연결 기준 2조9000억원이던 순차입금은 올해 6월 말 9조3000억원으로 약 220%나 증가했다.
(자료:SK온)
실제 신용평가사들은 SK온의 이같은 대규모 자금 지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2021년 분할 신설 이후 누적 설비투자가 약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등 가파른 외형 성장 추세 속에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이 증가하며 운전자본부담이 심화됐다”며 “지난해에도 5조원에 육박하는 설비투자로 외부 차입이 큰 폭으로 증가해 레버리지 지표가 상승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실적 역시 우려점으로 지적됐다. SK온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7조14억원, 영업손실 477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매출 2조5479억원, 영업손실 5715억원) 대비 매출이 2.5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손실도 소폭 개선됐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신규 공장 안정화 지연,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장 지속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부진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물적분할 이후 분기별로 평균 3000억원 수준의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졌으며, 지난해 연간으로는 총 1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입금 부담이 가중되고,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번 회사채 발행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SK온이 우량등급을 부여받은데다 성장 가능성도 높아 회사채 수요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헝가리, 중국, 미국 등지에서 생산공장을 가동하며 적극적인 생산능력 확보를 추진해 왔다”며 “지난해 말 기준 88GWh인 생산능력을 적극적인 공장 증설로 2025년 220GWh까지 확대해 높은 매출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