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포스코(005490)가 지난 8월 코일철근 시장 진출 당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코일철근 시장을 흔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도 포스코 코일철근의 특성이 현재 운용하는 가공설비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코일철근 생산은 제품 다양화를 모색하는 시도이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살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포항본사 전경.(사진=포스코)
코일철근 시장 반응 미지근…선재 사업 다변화 차원의 실험
포스코의 코일철근이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미지근하다. 포스코는
동국제강(460860),
대한제강(084010) 등 타 코일철근 제조사들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코일철근 판매에 나섰지만, 철근 수요처인 가공사들은 코일철근을 풀어서 사용할 때 발생하는 위험성 때문에 사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코일철근은 와일드 타입으로 타 제조사들이 전용설비로 생산하는 컴팩트 타입(빡빡하게 말린 타입)보다 느슨하게 말린 형태다. 국내 철근 가공설비들이 컴팩트 타입의 코일철근을 가공하는데 최적화돼 있어 와일드 타입 코일철근을 풀어 가공할 경우 설비가 손상을 입을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렴한 가격이 포스코 코일철근의 장점이지만, 설비 고장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게 코일철근 가공업계 전반적인 의견이다.
철근유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의 코일철근 가격이 타사보다 저렴하지만 가공상 문제가 우려되어 사용 여부는 지켜볼 예정"이라 말했다.
포스코는 당초 코일철근 생산이 생산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시도에서 나온 결정이라 앞으로 시장의 반응을 더 살펴 구체적인 생산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기존 선재 설비를 활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투자 비용도 크게 들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 구체화에 들이는 시간적 여유도 있다.
지난달 포스코의 코일철근 매출은 전체 선재 매출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달 포스코는 시범생산 코일철근 물량 3천톤을 판매했다. 지난달 코일철근 매출은 27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상반기 포스코의 선재 매출 추정액인 1조2천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다만, 향후 매출 확대의 여지는 존재한다. 그룹사 포스코이앤씨에 코일철근을 공급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포스코이앤씨에 코일철근을 공급하는 사안이 확정은 아니지만 검토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시공능력 기준 국내 7위의 건설사로 판매가 성사될 경우 상당량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 "기존 선재 설비를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한 차원으로 코일철근 시장에 진입했다"라며 "포스코이앤씨에 코일철근을 공급하는 것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검토하고 있다"라며 향후 그룹사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음을 밝혔다.
코일철근, 저탄소 비중 확대와 철근 시장 잡기 위한 포석?
포스코가 코일철근 시장을 발판 삼아 향후 철근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 시기는 전기로 도입 시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일철근을 통해 철근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전기로 도입 이후 철근 시장에서의 외연확대를 예상하는 것이다. 또한 전기로 생산을 통해 저탄소 제품군을 늘릴 수 있다.
포스코는 오는 2027년에 포항, 2026년에 광양제철소에 전기로를 각각 1기씩 설치한다. 두 전기로의 생산 능력은 각각 250만톤씩이다.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형강, 봉강, 철근 등 막대형 제품이 주를 이룬다. 이 중 철근이 다수를 차지한다. 전기로가 도입될 경우 철근 생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포스코는 현재 포항에 전기로 2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스테인리스 제품 전용으로 쓰고 있어 새 전기로는 다른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이 앞으로 철스크랩 확보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포스코의 전기로 신설을 앞둔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철스크랩 원료 사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해 포스코의 전기로 신설 이후 원료 공급축으로 대응하기 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235만톤 수준이었던 철스크랩 조달량을 2030년까지 500만톤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철스크랩 500만톤은 새로 들어서는 전기로 용량과 일치한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