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빠졌던 퓨릿…한국알콜 계열사 통해 기사회생퓨릿 공모주 중 30% 한국알콜 구주…최대 134억원 회수보유의무 기간 2년으로 연장…오버행 우려도 불식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한때 자본잠식에 빠졌던 퓨릿(구 신디프)이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퓨릿은
한국알콜(017890)의 연결기업으로 편입된 후 한국알콜그룹의 계열사를 통해 매출과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4년 만에 기업가치를 4~5배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알콜은 퓨릿 IPO를 통해 최대 134억원의 투자금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템에 따르면 퓨릿은 지난 25일 코스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신청했다. 공모주식수는 413만7000주이며 신주모집 288만7000주와 구주매출 125만주로 구성된다. 구주매출은 전량 한국알콜이 보유한 지분이다. 공모 희망 밴드는 주당 8800~1만700원으로 설정됐다.
4년 만에 기업가치 5배 이상 상승…비결은 전방위 그룹 지원
퓨릿은 초고순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쓰이는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한국알콜은 주정과 페인트 용제 사업 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2019년 퓨릿 지분 964만7060주를 약 192억원에 취득한 바 있다. 지분 투자를 통해 한국알콜은 퓨릿 지분 69.96%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동시에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시킴으로서 외형과 영업이익 성장효과를 냈다.
한국알콜이 투자하기 직전 퓨릿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8년 기준 이미 자본은 -13억원이 찍힌 자본잠식 상태였다. 한국알콜이 퓨릿 지분을 인수할 당시 기존 주주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알콜은 투자를 단행했고, 결과적으로 투자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알콜 투자 후 퓨릿의 매출 구조가 격변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기준 퓨릿의 주요 고객사는 한국알콜그룹의 케이씨엔에이로, 전체 매출액의 54.1%(314억원)를 차지하고 있었다. 퓨릿이 한국알콜그룹으로 편입된 후에는 그룹 관계사인 이엔에프테크놀로지향 매출이 확대됐다.
퓨릿이 반도체용 고순도 용제를 생산하면,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매입해 최종 고객사로 납품하는 형태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씨엔에이향 매출은 379억원으로 인수 당시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이엔에프테크놀로지향 매출 518억원까지 더해지면서 전체 매출이 1374억원으로 2018년 대비 136.9%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퓨릿의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은 65.9%까지 늘어났다.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이 높은 점은 리스크로 꼽히지만, 쓰러져가던 회사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알콜은 퓨릿에게 제품 생산에 필요한 에탄올 등을 퓨릿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전자재료 시장 지위와 네트워크를 동원해 퓨릿의 매출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현재 퓨릿의 주요 매출처는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외에도 글로벌 화학사 DOW케미칼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공정 소재의 내재화 바람이 분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IPO 매물로 나온 퓨릿의 기업가치는 약 1477억~1796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알콜이 투자한 지분과 금액을 고려하면 2019년 인수 당시 퓨릿의 기업가치는 약 275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당시보다 적게는 4배, 많게는 5배 이상 기업가치가 상승한 셈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흥행 우려 불식 위해 보호예수 2년…구주매출 20% 기타주주 환원
퓨릿 투자 당시에는 성장성이 불확실해 한국알콜 일부 주주들의 반발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알콜은 구주매출의 20%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기타주주들에게 차등배당하겠다고 밝혔는데, 투자 당시 지지해 준 주주들에 대한 환원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알콜은 125만주의 구주매출로 110억~134억원의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한국알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구주매출 대금의 일부를 배당으로 지급하기로 한 배경은 2019년 당시 퓨릿 투자에 대한 우려가 많았음에도 결정을 지지해 준 주주들을 위한 의미가 크다"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행동주의 주주들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구주매출로 한국알콜의 지배력은 50.01%로 낮아지지만, 연결기준은 유지하게 된다. 한국알콜로서는 퓨릿 상장으로 투자금도 회수하고 확대된 사업 포트폴리오도 유지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퓨릿이 영위하는 고순도 용제 매출은 한국알콜 전체 매출의 28.2%에 달한다.
한국알콜과 퓨릿은 IPO 흥행을 위해 보호예수 장치를 더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대주주의 보호예수 의무기간은 6개월이지만, 자발적 의무보유 기간 18개월을 더함으로써 상장 후에도 2년 동안 시장에 내놓지 않기로 결정했다. 퓨릿 지분 7.65%(105만5000주)를 보유한 김주혁 사내이사도 1년 6개월 동안 주식을 보유하기로 했다.
퓨릿은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 중 252억원을 전액 신규 시설자금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신규 공장은 예산 제2산업단지에 2024년 6월부터 착공할 계획이다. 한국알콜 별도법인 차원에서도 산업단지 분양 계약금으로 143억원을 투입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