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인 IFRS17 계리적 가정에 대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적용을 놓고 주요 손해보험사가 서로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설정했던
삼성화재(000810)는 가이드라인 부담이 적은 만큼 당국 원칙을 따른 반면, 2위권 보험사는 차선책 선택으로 계리적 가정 변경의 영향력을 줄이고자 한 것으로 나타났다.
IFRS17 가이드라인 원칙은 '전진법'…CSM 영향력 방어는 '소급법'
29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IFRS17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적용 방식으로 삼성화재가 전진법을,
DB손해보험(005830)과
현대해상(001450)이 수정소급법을 채택했다. 가이드라인은 새 회계제도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것으로 3분기 실적부터 적용이 완료된다.
계리적 가정의 내용은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보험계약마진(CSM) 수익 인식 △변동수수료접근법(VFA) △실손의료보험 계리적 가정 △위험조정(RA) 산출 등에 관한 것이다. IFRS17 체계서 산출 기준이 보험사마다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나 금융당국 조정이 이뤄졌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계리적 가정 변경이 회계 '추정치' 변화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진' 적용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전진법은 회계변경 효과를 향후 공시하는 재무제표서부터 반영하는 방식이다. 다만 IFRS17 시행 첫해인 만큼 과거(2023년 기준의 재무제표 한정) '소급'해 재작성하는 방법도 가능토록 조치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 적용이 최선추정부채(BEL) 증가로 나타나 해약환급금준비금 감소(자본 감소), CSM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이드라인 영향으로 부채가 증가하면서 자본이 줄어들고 손익까지 동반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일부 보험사에서 제기한 것이 소급 적용이다. 여기에는 보험업계가 IFRS17 전환 시점에서 보험부채에 대한 산출 방법으로 '공정가치법'을 적용했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IFRS17 도입은 원칙적으로 보험 계약의 최초 인식 시점부터 새 회계 기준을 완전 소급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르는 만큼 공정가치법으로 일정 기간 이전의 보험부채에 대해 간소화된 방식을 적용토록 했다.
공정가치법에 기반한 보험부채는 전환 시점에서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을 적용하더라도 CSM 수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 등 2위권 손해보험사들이 가이드라인 전환 시점인 2022년 1분기 이후 5개 분기 기간의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에 요청한 것인데, 당국에서 이를 제한하면서 올해만 소급하도록 했다.
(사진=연합뉴스)
계리적 가정 보수적 적용 여부가 갈라…실손보험 부문도 영향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의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 방식 양상에는 계리적 가정의 보수적 적용 여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계리적 가정을 이미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던 보험사의 경우 가이드라인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는 설명이다.
보수적 계리적 가정 여부는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로 추정이 가능하다. IFRS17 전환 시점에서 구 회계 기준(IFRS4)과 IFRS17 보험부채 차액으로 자기자본이 증가한 경우 이익잉여금 내 해약환급금준비금 항목을 통해 그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데, 해당 준비금이 낮으면 보수적 가정으로 산출했다고 간주할 수 있어서다.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는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가 5570억원, DB손해보험이 2조7150억원, 현대해상이 4조6590억원 정도다.
전진법 적용은 계리적 가정의 조정으로 BEL 증가와 CSM 감소가 예상되는데, 삼성화재와 같이 계리적 가정을 이미 보수적으로 사용한 보험사는 가이드라인 시행에도 BEL 증가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CSM 감소도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계리적 가정을 보수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보험사는 전환 시점에서 BEL이 상대적으로 적게 산출됐고 CSM도 방어했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을 전진법으로 적용하게 되면 BEL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CSM 타격도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전진법은 한 번에 영향이 발생해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인데,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소급법으로 나눠 적용하면서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차선책을 선택한 셈이다.
전진법과 소급법 적용을 가르는 기준에는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부담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가이드라인 중 특히 이슈가 됐던 부분은 실손보험에 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계리적 가정 변경이 BEL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해상은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사로 언급되기도 했는데, 손해율이 비교적 높게 잡히는 구세대 실손보험의 비중이 높아서다.
설용진
SK증권(001510) 연구원은 "CSM에 미칠 영향이 높은 실손보험 관련 가이드라인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며, 아직 자본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가이드라인이 반영되는 시점에서 2위권 손해보험사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CSM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