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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만도, 자사주 털어 22억 보너스…파업 달래기?
HL만도, 자사주 5만4115주 전량 처분해 자사주 '0'
최근 자동차 업계 파업 조짐에 현금화 후 임직원 상여금 지급
일반적으로 자사주 처분은 주식 가치 희석때문에 악재로 작용
공개 2023-08-25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5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L만도(204320)가 자사주 5만4115주를 전량 처분한다. 처분 규모는 HL만도 전체 주식의 0.12%다. 만도는 자사주 처분을 통해 마련한 22억원으로 임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처분의 경우 주가 하락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자사주 처분은 우려를 사지만, 만도의 경우 이번 자사주 처분을 통해 보유 자사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만도는 5만4115주의 자사주를 시장 거래 및 위탁 거래로 처분한다고 밝혔다. 처분 목적은 임직원 상여 지급 및 잔여 자사주 처분이다. 만도가 자사주 처분을 통해 얻을 금액은 총 22억원으로 파악된다.
 
위탁투자중개업자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지정되어 주식 배분 절차를 진행한다. 장내에서 464주를 매도해 현금화했고 나머지 5만3651주는 직원들의 주식 계좌로 각자 배분될 예정이다. 처분은 8월25일부터 시작해 9월30일에 종료된다.
 
만도의 경우 더 이상 시장에 내놓을 자사주가 없지만, 일반적으로 자사주 처분은 주가와 경영권에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 매도될 주식수가 늘어나고,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주가가 내려간다고 받아들여진다.
 
HL만도 판교 R&D센터(사진=HL만도)
 
아울러 자사주는 회사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량의 자사주 처분은 매각 대상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여지를 주기도 한다. 자사주가 완전히 없어지면서 만도는 최대주주 HL만도(지분율 30.25%)가 영향력을 완전히 행사하게 된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만에하나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나올 수 있는 주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총 주식수가 줄어들면서 주당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도 늘어나기 때문에 주주 이익 향상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소각은 실제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23일 한국콜마홀딩스(024720)가 자기 주식 취득을 완료하면서 주식 소각을 결정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자사주 19만1959주를 오는 29일에 소각한다. 소각 규모는 31억원이다. 한국콜마홀딩스의 주가는 소각 발표 이후 2.8% 오른 1만4950원을 기록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편, 만도가 자사주 처분을 통해 상여 지급에 나선 배경에는 과거의 선례처럼 임단협 시기를 앞두고 직원들의 파업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도는 지난 2021년 자사주 7만8365주를 처분해 주식 교부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배분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만도의 자사주는 13만2480주에서 5만4115주로 줄었다.
 
임단협 시기를 앞두고 조선, 자동차 업계에서 파업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만도도 이러한 파업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에 파업 전에 선제적으로 자사주를 배분한 것으로 보인다. 만도가 자사주를 처분하면서 직원들은 평균적으로 14주를 지급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1분기 임직원 희망퇴직에 따른 직원들을 불만을 달래기 위한 영향도 있다. 만도의 올해 상반기 전체 임직원 수는 3897명으로, 평균 근속연수는 17.7년이다. 지난해 직원 3883명의 근속 평균인 18.6년에서 감소했다. 희망퇴직에 따라 근무 경력이 긴 직원들이 퇴직하고 신규 직원들이 이를 대체하면서 근속연수도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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