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영업이익률 6.92% 기록…동기 대비 2011년 이후 2번째2011년부터 K-IFRS 적용해 동일 기준…원가율도 10년 평균보다 낮아원재료 가격 하락에 판매가 인상 겹쳐…올해 일부 품목만 소폭 인하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농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2011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 이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판매 가격 인상과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실적과 관련해 지난해 실적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익률이 과거보다 높게 나오면서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기업 탐욕에 의한 물가상승) 기업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농심 라면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이익률 13년 만에 역대 2번째…원재료 가격 급락 및 판매가 인상 여파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6979억원, 영업이익 11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조4925억원, 386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7%, 204.47%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6.92%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2.58%) 대비 4.3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 이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다. 2011년 6.45%, 2012년 3.71%, 2013년 4.30%, 2014년 4.18%, 2015년 4.85%, 2016년 4.09%, 2017년 4.64%. 2018년 3.73%, 2019년 3.44%, 2021년 3.55%, 2022년 2.58% 등이다. 2020년에는 7.74%를 기록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원가율은 68.66%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71.99%를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3.3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원가율은 최근 10년간 평균 원가율인 69.34%보다 낮은 수치다. 원가율이 낮아야 판관비를 제외하고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농심의 원가율 하락은 일차적으로 원재료 가격 하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메트릭톤(MT/1000kg을 1톤으로 하는 중량 단위) 당 332달러를 기록했던 소맥 가격(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 선물가격)이 올해 상반기 252달러로 24.10% 하락했다.
여기에 지난해 MT 당 1254달러를 기록한 팜유 가격(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선물가격)도 올 상반기 914달러를 기록하면서 27.1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평균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영업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인상은 모든 제품 10% 이상…인하는 일부 제품만 소폭
특히 농심이 지난해 9월 전 제품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한 것도 영업이익률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2만6180원이던 신라면(120g*5*8)이 지난해 말 2만9040원으로 오른 후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신라면뿐 아니라 주요 제품(짜파게티, 안성탕면, 새우깡, 꿀꽈배기 등) 모두 가격이 10% 이상 올랐다.
즉, 올해 상반기 원재료 가격이 지난해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지만, 지난해 제품 가격 인상 이후 가격을 유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극대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농심은 지난 7월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다.
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정부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지만,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상반기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가격 인하 여력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가격 인상 시에는 모든 제품 가격을 10% 이상 올렸지만, 인하 시에는 일부 품목만 인상 폭의 절반 수준만 내린 셈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농심이 올해 영업이익 2천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대 최대 수치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농심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2017억원에서 20332억원으로 16% 상향한다”라며 “이는 연간 108% 성장을 기대하는 것으로, 업종 내 가장 높은 수준의 수익성 개선을 전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탐욕(Greed)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그리드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기업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 원재료 가격은 하락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실적과 관련해 실적 발표 시 밝혔던 내용에서 변한 것은 없다”라며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저렴한 라면 수요가 늘었고, 특히 지난해 2분기 농심 국내사업 영업이익이 적자였던 만큼, 기저효과로 올해 상반기 매출액 증가분보다 영업이익이 크게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