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국내 레미콘시장 점유율 1위
유진기업(023410)이 계열사인
동양(001520)과의 시너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이 거센 가운데 국내 건설경기까지 악화되며 레미콘 사업 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반면 건설부문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는 동양을 바탕으로 유진기업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기대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기업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478억원, 영업이익 16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양은 2033억원의 매출과 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두 기업 모두 올해 2분기 잠정 실적 공시를 아직 하지 않았다.
유진기업은 지난 2016년 법정관리 상태이던 동양을 인수하며 수도권에 집중된 유진기업의 레미콘 점유율을 ‘전국망’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인수 첫 해인 2016년 동양의 영업이익은 351억원에서 2017년 68억원, 2018년 7억원으로 급감했다. 당시 유진기업을 비롯한 유관 업계는 두 기업간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정반대의 실적 행보를 보인 것이다.
법정관리에서 알짜 계열사로 성장
다만 최근 들어 동양의 저력이 눈에 띄고 있다. 동양은 레미콘으로 대표되는 건재사업과 아파트 등 건설공사를 시행하는 건설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2020년 이전까지는 레미콘과 건설사업 모두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여온 것이다.
그러나 올해 2023년 시공능력평가에서 동양은 81위를 기록하며 10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 2013년 법정관리 여파로 한때 244위까지 밀려났던 순위가 10여년 만에 다시 100위 이내로 오른 것이다. 동양의 올해 시공능력평가액은 3797억원으로 지난해(2925억원)보다 29.8% 증가하며 ‘외형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동양은 지난해부터 알짜 토목·건축공사들을 수주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현대삼호중공업으로부터 667억원 규모 ‘보령발전본부 저탄장 옥내화사업 토목공사 시공’ 계약을 체결했고, 5월에는 현대건설과 함께 충남 천안시 공동주택 건축공사를 수주했다. 총 사업비(2294억원) 중 동양의 지분은 20%(407억원)였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부천시에서 389억원 규모 ‘고강동 부촌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도 따내며 소규모 정비사업 시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올 들어서도 롯데건설이 발주한 광양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설비공사를 492억원에 따낸 바 있다.
동양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유진그룹과 한가족이 된 이후 경영환경이 안정화되며 유진기업과의 사업 시너지와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다양한 수주실적을 기반으로 토목, 건축, 주택, 플랜트, 개발사업 등 전 분야에서 최고의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업황 부진 극복이 ‘실적 열쇠’
최근 건설산업의 ‘원가 이슈’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시멘트 가격이다. 시멘트업계는 2021년 5%, 2022년 2월 18%, 2022년 9월 14%씩 각각 가격을 인상했다. 또 올해 7월 출하분부터 업체별로 13~14%의 가격 상승도 추가로 이뤄졌다. 시멘트의 주 수요자인 레미콘업계는 이같은 시멘트 가격 폭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건설업계는 시멘트에서 레미콘으로 이어지는 건자잿값 상승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한다.
이에 레미콘업계의 대표주자인 유진기업 역시 지난해 약 31% 상승한 시멘트 가격 방어를 위해 레미콘 판매단가를 17% 높였다. 이 결과 지난해 매출은 2021년(1조1363억원) 대비 늘어난 1조3453억원을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매출원가 역시 1조44억원에서 1조1909억원으로 상승했다.
이 같은 업황 속에 유진기업은 계열사인 동양의 호실적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두 기업의 주력 사업이 레미콘인 탓에 당장 폭발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동양이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큰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1분기 기준 동양에서 건설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97%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57.57%의 매출이 레미콘 등 건자재부문에서 나온다. 같은 기간 동양의 매출원가율은 88.0%에 달한다. 부진한 업황 속 높은 영업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건설공사 착공면적은 전년 대비 18.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레미콘 출하량 감소도 전망되고 있지만, 올 들어 크게 올린 레미콘 가격의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주원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2022년 인상된 시멘트 가격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영업수익성은 소폭 저하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도 주요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 인상요구가 진행되고 있어 시멘트 가격 변화와 원활한 판가전이 여부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한기평은 지난 6월 유진기업의 신용등급 변동요인을 변경했다. 기존 상향요건이던 △영업수익성 유지 △상각전이익(EBITA) 대비 순차입금 7배 이하 △차입금의존도 45% 이하 중 ‘차입금의존도’ 항목을 삭제한 것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더라도 레미콘 사업의 실적 개선 없이는 신용도를 상향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유진기업의 경우 누적된 자본완충력을 바탕으로 한 재무안정성이 있기에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큰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