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스튜디오산타클로스(204630)가 56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선다. 지난 6월 325억원 규모로 진행된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167억원 모집에 그치자 추가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은 연이은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과 재무 구조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 (사진=넷플릭스)
제3자 지정 유상증자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기관투자자나 특수관계인이 배정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10일 공시된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유상증자 배정 대상은 리치몬드 홀딩스로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배준오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곳이다.
반면,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일반 주주들을 포함하는 유상증자로 주주들의 지분율에 맞춰 새로 발행한 주식을 배분한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지난 6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한 것은 주주들의 참여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 방침, 재무 상태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 탓이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새로 발행되는 주식은 1120만주로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전체 유통 주식 수의 11.4%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드라마 제작 등 운영 자금으로 31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25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주식 발행 예정일은 오는 10월4일이다. 신규 주식이 예정대로 발행될 경우, 리치몬드홀딩스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2대주주가 된다.
다만, 최대주주가 변경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지분 12.57%를 보유한 에스엘에너지가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고, 에스엘에너지의 최대주주인 에스엘홀딩스가 자신이 보유한 에스엘에너지 주식을 담보로 베이트리 외 1인과 330억원 규모의 차입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담보로 제공된 주식이 채권자 2인에게 각각 774만9250주와 359만9300주로 나뉘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에스엘홀딩스가 보유한 에스엘에너지 지분 소유권이 넘어가고 채권자의 지분 매각으로 이어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적 악화에 직전 유상증자는 '반쪽'
연이은 유상증자에 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우선 지분 가치 희석에 따른 주가 하락의 영향이 있다. 아울러 최대 주주인 에스엘에너지의 상장 폐지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회사 매출이 80%이상 감소한 것도 주주들의 반발 원인이다. 주주들의 거부감이 유상증자 실패로 이어졌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지난해 10월 본업인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을 축소하기로 발표하고 앞으로 콘텐츠 제작 및 판매·유통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대폭 쪼그라든 매출로 이어졌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재무지표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1분기 매출은 1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6억원보다 82% 감소했다. 매니지먼트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소속 배우들 대부분이 고스트 스튜디오로 이적한 결과다.
콘텐츠 제작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웹툰 사업도 선언했지만,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웹툰 사업은 엠스토리허브에 인수된 상태로 사실상 좌초됐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결과,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1분기 콘텐츠 사업 매출은 6억원에 불과하다.
리조트사업을 위해 인수한 산타빌리지와 열해당은 현재까지 매출이 전무한 상태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열해당 지분 취득에 25억원, 종속회사 산타빌리지를 통한 리조트 사업 진출에 107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한 바 있다. 그러나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손익계산서에 리조트 부문의 매출은 전무하다.
어려워도 산타클로스는 '경영권 강화 지원'
주주들은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부실한 재무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관계사 지원에 나서고 있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관계사 경영권 강화에 전환사채 부담을 떠안는다는 것이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오는 10월10일
넥스턴바이오(089140)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133억원에 양수한다. 향후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전환사채 청구권을 이용해 넥스턴바이오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넥스턴바이오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1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회사다. 전환사채청구권을 통한 주식 취득으로 경영권 방어는 할 수 있지만 한동안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건전성이 악화는 예정된 수순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재무 건전성은 악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1분기 기준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순차입금의존도는 31.5%로, 지난해 1분기 12.4%에서 대폭 올랐다. 지난해 이어진 유·무상 증자로 인한 자본금 증가가 재무 상태를 방어해 줬다.
주주들은 특수관계인이 등판한 유상증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은 80.94%에 달한다. 아울러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에스엘바이오-에스엘홀딩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까지 흔들리고 있어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