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올해 도입되면서 신지급여력제도 지표인 K-ICS 비율도 처음 공개됐다. 금융당국의 경과조치로 한숨 돌렸지만 일부 보험사는 해당 효과를 제외하면 수치가 100%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경과조치는 기간 경과에 따라 적용비율이 변경되기 때문에 가용자본이 감소하거나 위험액이 증가한다. 추가적인 자본 관리 부담이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IB토마토>는 K-ICS 비율이 열위한 보험사의 개선 양상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푸본현대생명이 대주주 지원과 자본성증권 발행에 힘입어 자본적정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주주 유상증자 규모가 큰 만큼 상승 효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다만 저조한 K-ICS 비율의 배경으로 꼽힌 듀레이션 갭은 지속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대만 푸본생명 유상증자 앞당겨…후순위채 발행도 계속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대만 푸본생명(Fubon Life Insurance)의 3925억원 규모 유상증자 지원을 오는 9월 말에서 8월 말로 앞당겼다. 앞서 회사는 지난 3월 유상증자 결정을 최초 공시했는데 당시 납입일은 9월26일이었다.
K-ICS 비율 개선이 시급한 만큼 자본확충을 조기 실행했다는 설명이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진행하고자 했다"라면서 "경영진의 판단과 시장의 긍정적인 상황 등을 반영했다"라고 말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지난해 RBC 기준 171.2%로 양호했는데 K-ICS 체계로 전환하면서 올 1분기 K-ICS 비율이 경과조치 전 –0.6%, 후 128.3%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경과조치 후 기준으로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이 1조3977억원,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이 1조891억원이다.
이번에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되면 1분기 가용자본과 요구자본 기준 K-ICS 비율은 164.4% 수준으로 약 36.1%p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계산된다.
앞선 2분기 후순위채를 연이어 발행한 것도 K-ICS 비율 개선에 긍정적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4월과 6월 각각 800억원, 98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 역시 1분기 기준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K-ICS 비율이 전보다 16.4%p가량 상승한다.
후순위채와 유상증자 효과를 고려하면 푸본현대생명의 K-ICS 비율은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경과조치 적용 이후의 수치다. 경과조치는 향후 기간이 지나면서 적용비율이 변경, 가용자본 감소나 요구자본 위험액 증가를 추가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이 배경…미스매치 해소 필요성
푸본현대생명의 열위한 K-ICS 비율 배경에는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의 미스매치(Mismatch)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일반적인 생명보험사와 달리 푸본현대생명은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길게 형성돼 있다. 자본성증권 발행 외에 듀레이션 개선도 요구되는 이유다.
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지난해 RBC 체계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자산 듀레이션은 7.6이며 부채 듀레이션은 5.8이다. 듀레이션 갭은 3.1로 나타난다. 부채 듀레이션이 긴 일반 생명보험사는 금리 상승 시기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결과적으로 자본총계가 늘어난다.
(사진=푸본현대생명)
반면 푸본현대생명은 금리 상승에 불리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는데, 보험영업 포트폴리오가 특별계정인 퇴직연금(지난해 수입보험료 기준 53%)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채듀레이션이 짧게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일반계정이 저축성보험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도 부채 듀레이션을 짧게 하는 요인이다.
듀레이션 개선을 위해 보험영업 측면에서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있으나 이는 장기간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도 아직 낮은 상태다.
송미정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보장성 영업 강화를 위해 2021년 10월 GA 채널에 재진출했지만 채널 경쟁력이 열위에 있어 신계약 확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라면서 "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 증가는 긍정적이나 일반계정 내 보장성 비중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라고 평가했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기준을 잔존만기나 현금흐름 등 어떻게 할 것인지도 보험사별로 다르게 논의되고 있다"라면서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듀레이션이 4월 말 기준으로 기존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나 조금은 개선한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