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현대건설(000720)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각 사(社)의 강점을 살리면서 모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앞으로 사우디와 미국, 우크라이나 등 국가에서 대형 공사들의 발주도 예상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다만 굵직한 해외 공사 수주 뒤에 가려진 높은 원가율은 개선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부실공사’로 인한 손실도 건설업계를 위협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뉴시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1633억원, 영업이익 223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8.4%, 27.4%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매출액은 컨센서스(6조4207억원) 대비 11.6% 높았고, 영업이익 역시 1881억원인 컨센서스를 18.8% 상회했다.
같은 기간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기록한 호실적이 현대건설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2222억원, 영업이익 590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현대건설이 거둔 매출 3조7900억원, 영업이익 104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현시점 '업계 최고' 해외건설 수주 경쟁력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의 연결 기준 신규 수주액은 약 20조7000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올해 초 설정한 연간 수주목표액(29조1000억원)의 71% 수준이다. 특히 해외에서는 이미 연간 목표치(10조5000억원)를 상회하는 11조4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올 상반기 국내 수주액은 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7조9150억원) 대비 48.0% 감소했지만, 해외에서 전년 동기(3조1020억원)보다 268.2% 증가한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특히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2분기에 해외에서 ‘몰아치기’ 수주를 달성했다. 6월 사우디에서 아람코(ARAMCO)가 발주한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 수주로 약 6조6000억원의 수주고를 한 번에 올렸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이 사업 수주 공시를 통해 “동 프로젝트는 당시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 수행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이 사업의 계약금액이 확정 되는대로 현대엔지니어링과의 지분율 등 내용을 이달 중 정정공시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미국에서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이 발주한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약 3조8000억원에 수주했다. 기존 현대차그룹의 공장과 연구소 등 시공을 담당하던 현대엠코와 합병한 영향으로
현대차(005380)가 신규 공장을 지을 때마다 사실상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액이 늘어나는 셈이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현대차가 미국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이 현대엔지니어링에게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해외에서 괄목할 만한 공사 발주를 하고 있는 국가는 사우디와 미국, 우크라이나 등이 꼽힌다. 이들 국가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경쟁력은 건설업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은 1970년대 사우디에 진출한 이후 50여년간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올해 현재까지 사우디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는 170여건, 누적 수주액은 232억달러(한화 30조1000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에도 사우디 ‘네옴시티 Type C’와 ‘자푸라2’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3분기 중 이들 프로젝트의 수주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국내 건설업계에서 유일하게 폴란드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 2019년 ‘폴리머리폴리체’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면서 설립했는데, 동유럽에서 건설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 이 같은 경험은 최근 해외건설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회사는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해 폴란드 초소형모듈원전(MMR) 조성과 ‘현대엔지니어링-PGZ사 폴란드 건설 사업 및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위한 상호 협력 MOU’ 등 두 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수익성 극대화 숙제는 '원가율 개선'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현대건설의 국내 공사 원가율은 93%, 해외 공사 원가율은 100%에 달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국내 공사 94%, 해외 공사 95%로 높은 수준의 원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대우건설(047040)의 연결 기준 원가율이 89.8%,
DL이앤씨(375500)가 90.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재시공 여파로 올해 2분기 원가율이 107.1%로 치솟은
GS건설(006360)을 제외하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원가율은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의 원가율 개선이 기대 이하였던 것은 아쉬운 점”이라면서도 “하반기에 접어들며 국내외 신규 현장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원가율은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기존의 ‘저마진’ 해외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고, 수익성이 높은 현대차그룹 발주 공사 수주가 확대되고 있어 해외 원가율 개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38.6%의 지분을 소유한 현대건설의 자회사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대글로비스(086280)가 각각 11.7%의 지분으로 2대 주주이고,
기아(000270)와
현대모비스(012330)가 각각 9.3%로 뒤를 잇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4.7%를 소유하고 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