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으로 1차 발행가액 15만8900원…유증 규모 약 1200억원 이상 증가SK온 영업이익 개선 기대 및 정제마진 상승 주가 반영증액분은 부천 그린캠퍼스 시설자금에 올인…그린사업 가속화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의 1차 발행가액이 상향되면서 유상증자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12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온 등 배터리 사업부의 영업이익 개선 기대와 더불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신호가 나타나면서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1차 발행가액도 상향된 것으로 파악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주당 모집가액(매출가액)은 기존 14만3800원에서 1만5100원 높아진 15만8900원으로 1차 발행가액이 결정됐다. 기존 예정발행가액은 지난 6월22일 기산일종가 18만2800원을 기준으로 결정됐으나 8월1일 20만7500원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1차 발행가액도 상향됐다.
최근 주가 상승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영업이익 개선이 기대되고 있고, 2분기 부진했던 정제마진 회복 신호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현렬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아시아 정제마진은 5월을 저점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 국제유가도 반등함에 따라 정유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라며 "최근 배터리 제품 가격 하락세 및 유럽 완성차업체 재고 감축 과정에서도 SK온은 북미 중심의 출하량 확대가 예상되면서 SK온의 수익성도 올해 4분기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1차 발행가액 상승으로 모집 총액도 기존 계획보다 증가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기명식 보통주 819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해 1조1777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발행가액이 상승함에 따라 1조3014억원으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존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4092억원, 배터리 등 신규 그린사업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한 부천 대장지구 그린캠퍼스 조성자금으로 4185억원,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상환을 위해 3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모집총액 규모가 증가하면서 그린캠퍼스 조성자금이 5422억원으로 증가했다. 발행제비용도 기존 68억원에서 74억원으로 늘었다. 타법인증권 취득자금과 채무상환자금은 기존 계획을 유지할 방침이다.
확정 발행가액이 올라 모집총액이 증가하면 시설자금에 투입하고, 반대의 경우 줄어들면 채무 상환 몫을 줄일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석유화학 중심 사업에서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 분리막, 플라스틱 재활용 등 다양한 신규 친환경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부천 대장지구 내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설립하고 친환경 사업분야의 R&D 인력 및 역량을 결집시키는 대규모 연구시설을 조성함으로써 친환경 기술 개발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현재 경기도 및 부천시, LH 등과 입주 및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하반기 중 설계를 시작할 예정이다. 2025년 착공해 2027년까지 친환경 연구 거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이후 총 투자액은 약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유증을 통해 모집한 자금 중 올해 설계비 등에 25억원, 2024년 토지 매입 및 기타 제반 비용에 1872억원, 2025년 공사 진행 및 기타 비용으로 3525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타법인증권 투자에는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 공급을 위한 기술 확보 및 사업 개발(924억원) △생활 폐기물 가스화를 통한 저탄소 에너지 생산 기술 투자 및 상업화 관련 투자(2244억원)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산업 대상 탄소 포집 저장(CCUS) 관련 기술 확보 및 사업 개발(924억원)이 포함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현금성자산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4531억원에 불과했다. 연결 기준으로는 12조2670억원으로 풍부하지만, 대부분 자회사 자체 사업을 위해 자회사에 현금이 배분되어 있는 상태다. 모집액이 증가하면서 최근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던 별도법인의 현금부족 문제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