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용준 기자]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316140))이 올해 상반기에도 4대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뒤처진 성적표를 받았다. 외형에서부터 경쟁 지주사들에 밀리고 있는 가운데, 향후 실적 반전을 위해서는 주력인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비중 확대와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 성사 등의 숙제를 풀어야 할 상황이다.
우리은행 의존도 심화에 계열사 M&A 관심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금융지주 가운데 마지막으로 우리금융지주가 2023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6250억원으로 전년 동기(9230억원)에 비해 31.6% 줄었다.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1조539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7620억원)보다 12.7% 감소했다. KB금융지주(
KB금융(105560))가 올해 상반기 전체 순이익 2조9967억원을 기록하면서 리딩금융을 수성했고, 이어 신한금융지주(
신한(005450)금융)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2조6262억원(2분기 1조23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컸다. 무엇보다 우리금융과 경쟁 상대였던 하나금융지주마저도 2분기 당기순이익 9187억원, 상반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 2조209억원을 달성하면서 차이는 더욱 커졌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에도 주요 자회사별 연결 당기순이익(1조5390억원)에서 은행의 기여도 의존이 여전했다. 우리은행이 전년동기(1조5545억원)보다 5.3% 줄어든 1조4720억원을 기록하면서 기여도는 전년 같은기간(87.7%)보다 7.9%p나 증가한 95.6%에 달했다. 이어 우리카드 819억원(5.3%),
우리금융캐피탈(033660) 713억원(4.6%), 우리종합금융(
우리종금(010050)) 122억원(0.79%) 순이었다.
이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한 KB금융지주가 은행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의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리면서 기여도도 각각 17%, 7%를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반면 신한금융지주는 보험 계열사 두 곳 중 신한라이프가 상반기 31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나. 신한EZ손해보험이 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리딩금융 경쟁에서 KB금융에 밀렸다. 결국 비은행 계열사의 확대와 경쟁력 구축이 금융지주 실적 향상의 열쇠로 작용한 셈이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MG손해보험 M&A에 후보군으로 오르내렸다. 당초 증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돌았으나 마땅한 매물이 없자 MG손보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MG손보는 예금보험공사가 주도해 M&A에 나서는 것이라 저렴한 가격대에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다 보니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라며 "특히 손보업계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교보생명과 계열사 확장이 필요한 우리금융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27일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CFO)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적정한 매물이 없는 상태라 서두르지 않고 우량 매물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겠다"면서 "순위는 증권사를 우선하고 필요하면 우량 보험사가 나온다면 검토할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추이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우리금융그룹 본점(사진=장용준 기자)
기업금융 명가 재건 급한 우리은행
이같이 우리금융지주는 계열사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당장은 주력인 은행의 실적 향상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비슷하게 은행 의존도가 심한 하나금융지주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양행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라면서 "현재로서는 주력인 우리은행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로 여겨진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3월 임종룡 회장 취임에 이어 5월 우리은행장으로 기업영업에 능한 조병규 당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내정되면서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이라는 경영 방침을 내세웠다. 특히 조 은행장은 지난 5월 은행장 내정 이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주력인 은행의 실적 향상을 위해 기존에 강점을 가졌던 기업금융에 공을 들인다는 것이었는데, 때마침 최근 4대 시중은행이 모두 기업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2분기 기업대출 실적도 관심을 모았다. 기업금융은 통상적으로 은행들의 네트워크, 가격경쟁력,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의 서열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2분기 4대 은행 기업대출 잔고는 KB국민은행이 전분기보다 1.8% 증가한 167조3000억원으로 1위였고, 우리은행은 1.2% 늘어난 161조원으로 맹추격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우리은행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내에 입주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소기업 특화채널인 '반월/시화BIZ프라임센터'를 마련했다. 비수도권 지역에는 중소기업 특화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신성장기업 발굴 및 지원,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앞장서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문제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 1분기 146조6510억원의 기업대출 잔고를 기록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던 하나은행이 2분기에도 전분기보다 6.1% 늘어난 155조5690억원을 기록하면서 추격세가 매섭다는 점이다. 신한은행도 전분기(152조2081억원)보다 2.8% 증가한 155조168억원을 달성하면서 은행 간 기업대출 순위가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혼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상반기는 금융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그룹 내 약한 고리를 점검하고 미래 경기 대응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기업금융 부문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