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블록체인·규제특례 등 금융사 주목하는 영역으로 떠올라금융과 비금융 경계 허물어져…규제 공백과 불투명성 필연적 형성지평 디지털혁신팀,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관련 시장 개척해 나가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 규제특례 관련 사업은 이제 제도권 금융사가 주목하는 영역이 됐다.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금융업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도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법무법인 지평은 이 같은 변화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규제 공백이나 기존 규제의 불투명성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혁신팀을 출범했다. 금융자문그룹부터 지적재산권(IP)·정보기술(IT)그룹, 공정거래그룹, 형사그룹, 자본시장그룹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유정한 지평 파트너 변호사는 디지털혁신팀 팀장으로서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신회의 민간자문단 위원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을 역임, 금융규제와 디지털 분야의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전통적인 트랜젝션(Transaction) 자문업무 외에 국내 금융업 인허가나 대관업무도 다수 수행했다. 기존 업무 영역에 더해 다양한 분야로 전문성을 확장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핀테크 산업 관련 자문업무에도 힘 쏟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해당 분야의 규제 이슈와 향후 전망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유정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지평)
다음은 유 변호사와 일문일답이다.
-현재 지평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2008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지평에 합류한 이래 금융자문그룹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금융사 인허가 취득부터 영업행위와 해외 진출 규제, 금융당국의 검사·제재 대응 등 주로 금융규제 자문을 담당한다. 특히 디지털혁신팀 팀장을 맡아 가상자산이나 토큰증권 등 디지털자산, 전자금융과 핀테크, 대체불가토큰(NFT)·블록체인, 데이터 등 신사업이 교차 또는 융합하는 프로젝트 관련 자문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초기에는 구조화금융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전통적인 금융 트랜젝션 자문업무를 했는데 이 역시 현재까지 동행하면서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트랜젝션 자문을 주로 하다가 금융규제, 핀테크, 디지털자산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미국 연수를 마치고 2013년에 복귀했는데 그 무렵 꾸려진 금융규제팀에 합류했다. 당시는 국내 금융사들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진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였다. 이 무렵 사무실에서 담당했던 금융사 프로젝트 대부분에 참여했다. 해외 지사와 협업하면서 이와 관련한 국내 인허가 업무를 맡았다. 이후 국내 각종 금융업 인허가, 금융당국 제재 대응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디지털자산과 핀테크 분야는 산업의 발전이나 변화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기술 스타트업과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금융업 진출을 모색하고 제도권 금융사들 역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핀테크 사업을 검토하면서 이와 관련한 자문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업무 경험을 쌓으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2017년 무렵 소위 암호화폐 열풍을 시작으로 디지털자산이 각광받기 시작했을 때 관심을 갖고 해당 법률시장을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금융규제 관련 업무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은 무엇인가? 해당 업무의 특성이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금융업은 규제산업의 특성상 영업행위뿐 아니라 지배구조, 내부통제, 위험관리, 금융소비자 보호 등 운영 전반에 걸쳐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를 받고 있다. 금융규제 자문을 위해서는 법령과 판례, 감독당국 실무해석이나 행정지도 등을 망라한 깊이 있고 꼼꼼한 리서치로 정확한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인허가나 검사·제재 대응업무의 경우 감독당국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뢰인의 니즈를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섬세하고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현장의 트렌드와 감독당국 정책의 방향성을 늘 주시하고 팔로업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실과 규제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고 규제는 현실과 조응하며 틀을 잡아가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놓치게 되면 의뢰인에게 적시성 있는 자문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규제에 막혔을 때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산업 현실이나 규제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벅차게 느껴질 때도 물론 있겠지만,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가 나오는 현장에서 의뢰인과 호흡하면서 무언가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보람이 있다.
-그동안 자문 사례 중 특별히 소개할 만한 것이 있다면?
△우선 떠오르는 사례는 2018년 무렵 '에너닷'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신재생에너지 IT 솔루션 스타트업의 해외 토큰발행(ICO)을 자문한 건이다. 당시에는 디지털자산 관련 본격적인 규제 논의가 이뤄지기 전이었다. 초창기 암호화폐 거래소들과 관련한 전산 사고, 개인정보 유출, 토큰 탈취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도 디지털자산 산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서 토큰 사업을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규제 공백이나 불투명성도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의뢰인과 함께 사업구조를 만들어 가면서 프로젝트를 추진한 끝에 해외에서 ICO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 소개하고 싶은 사례는 '루센트블록'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2021년)을 조력했던 건이다.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전자등록 방식으로 발행된 부동산신탁 기반 수익증권의 매매·유통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다. 실물자산에 기반한 조각투자상품이 처음 관심을 끌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상 여러 규제 특례를 인정받아야 출시가 가능한 상품이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의뢰인과 더불어 금융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전자금융과 핀테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규제나 제도개선 움직임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면?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초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7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 도입, 지급지시전달업(MyPayment) 신설, 전자금융업 업종의 기능별 재편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법을 대폭 개편하는 취지의 개정법률안까지 지난 2020년 11월 발의됐는데, 관계부처와 업계 의견 조율이 지연되면서 해당 법률안이 현재까지 처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후 지난 2021년 8월 이른바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근래 사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선불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용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제도부터 전자금융거래법 소폭 개정을 통해서라도 시급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이 같은 논의를 반영해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마련돼 지난 5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개정안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범위 확대 △선불충전금 보호 △선불전자지급수단의 환급 관련 규제 강화와 선불업자의 행위규칙 신설 △소액후불결제업무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만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 전자금융거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공포절차를 거쳐 시행되면 기존에는 선불업 등록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지만 등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사업자들은 이에 대비할 필요가 커졌다. 이미 선불업 등록을 한 기존 사업자들도 개정법에 따라 강화된 규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토큰증권 등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 움직임은 무엇인가? 관련 산업의 발전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국내에서 가상자산, 토큰증권은 규제의 큰 틀이 이제 만들어져 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주요 내용은 이용자 자산의 보호(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해서 은행 등에 예치·신탁해서 관리해야 함), 불공정거래행위(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금지 등이다.
작년에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사태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국회서는 1단계 규율체계(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우선 마련하고, 이후 국제적인 논의 동향까지 반영해 2단계 규율체계(가상자산의 발행·상장·공시,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행위 규제)를 마련하는 내용의 단계적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1단계 규율체계 마련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증권 성격을 가지는 디지털자산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 규율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서 금융당국은 지난 2월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토큰 증권을 전자증권법 제도상 증권발행 형태로 수용하고,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증권사가 아니더라도 토큰 증권을 전자등록 방식으로 직접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위 정비 방안이 실행되려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등 후속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최근 1~2년간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자산 시장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테라·루나 사태나 FTX 사태 여파로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가 더욱 떨어진 면이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율체계 정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규제 공백이나 불투명성 문제도 여전하다.
다만 기술의 발전, 고도화와 맞물려 디지털화에 대한 논의가 전 산업에 걸쳐 이뤄지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고 생각한다. 아직 여러 면에서 불투명하고 미성숙한 영역이지만 관련 규제와 제도가 마련돼 안정화하면서 디지털자산 사업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여러 가지 면에서 과도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 디지털자산 산업이 제도권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이 긴밀하게 협력해 가면서 지혜를 모을 때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