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보험업계에 도입되면서 주요 재무지표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험사 자산과 자본부터 순이익까지 영향을 받는 양상이다. 특히 손해보험 업계서는 경쟁그룹(Peer) 내 호적수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들이 존재하는 만큼 순위권 변동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경쟁사들의 IFRS17 재무 현황과 강·약점, 보완책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농협손해보험과
흥국화재(000540)는 중소형 손해보험사로서 같은 수준의 총자산과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보험영업 구성은 농협손보가 자사 고유의 정책보험을 차별점으로 두고 있다면 흥국화재는 장기보험 중심으로 나타난다. 해당 포트폴리오 모두 새 회계제도에서 영업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IFRS17 체제서 재무지표 개선…자기자본 늘고 순이익도 긍정적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손보와 흥국화재는 새 회계기준인 IFRS17 체계서 총자산이 11조원으로 나타난다. 지난 1분기 기준 흥국화재가 11조3638억원, 농협손보가 11조939억원이다. 중소형 손보사 가운데
한화손해보험(000370)(17조5294억원) 뒤를 따르고 있다.
IFRS17 이전 회계제도(IFRS4)서는 흥국화재가 13조9661억원, 농협손보가 12조7881억원이었다. 금리 상승기에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자산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자본은 크게 확대됐다. 자기자본은 흥국화재가 7200억원에서 1조4381억원으로 늘었고, 농협손보는 8408억원에서 1조7953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이익 흐름도 긍정적이다. 흥국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147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7.9%(855억원) 성장했다. 농협손보는 1147억원으로 33.2%(286억원) 증가했다. 올해 1분기 IFRS17 체계서도 흥국화재와 농협손보는 각각 967억원, 789억원으로 순항 중이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농협손보가 기존 RBC 비율이 210%로 손해보험 업계서도 우수한 편에 속했는데, 새로운 K-ICS 비율은 330.2%까지 상승했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도 237.7%로 높게 나온다. 농협손보는 특히 보험영업 포트폴리오 특성상 보험부채 듀레이션이 타사 대비 짧아 자산·부채종합관리(ALM)에서 강점이 있다.
흥국화재는 RBC 비율이 163.3%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소폭 웃돌고 있었으며, K-ICS 비율은 204.0%로 나타난다. 경과조치 전은 132.3%다. 흥국화재의 경우 자기자본에서 신종자본증권이 212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자본 유지나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책보험 영업 기반의 농협손보·장기보험 강화 전략의 흥국화재
농협손보는 보험영업 포트폴리오가 정책보험 중심의 일반보험과 장기보험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원수보험료(4조1989억원) 기준 장기보험이 58.8%, 일반보험이 39.5%(정책보험 32.6%)로 나타난다. 지난 5년간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 등 정책보험을 꾸준히 강화했으며 보장성보험 영업을 확대하면서 포트폴리오 적정성을 개선했다.
(사진=농협손보, 흥국화재 각 사)
농협손보의 정책보험은 영업 측면에서 안정성을 높인다는 강점이 있다. 지역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농축협 채널을 판매망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원수보험료 기준 영업 채널 비중은 방카슈랑스가 82% 수준으로 높게 나온다.
정책보험은 다른 손보사와 경쟁 없이 보험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농협손보의 가장 큰 특색으로 꼽힌다. 농작물보험 보험료가 2020년 이후 인상됐다는 점도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가축재해보험 등에서 손해율 문제로 이익 변동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점은 관리 필요성이 특별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흥국화재는 IFRS17 체제에 대비해 장기보험 위주로 보험영업 포트폴리오를 꾸려 왔다. 지난해 원수보험료(3조2069억원) 기준 장기보험 비중이 90% 수준이다. 손해보험 업계서 실손의료보험 지급 심사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과 해당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 주기가 도래했다는 점이 손해율 개선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GA업계에 의하면 흥국화재는 올해 유병자보험과 자녀보험 보장 확대, 간병치매보험 상품 강화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영업 채널로는 대리점(57.1%) 중심의 매출 확대가 이뤄지고 있으며 설계사(33.3%) 채널과 함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소형 보험사 입장에서는 담보를 더 추가해 범위를 넓히거나 합리적인 보험료를 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라면서 "영업 채널 측면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시책을 크게 설정해서 법인보험대리점(GA)을 활용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