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한독(002390)이 10년째 지분법손실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한독은 영업흑자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손실로 돌아섰다. 지분법손실 규모가 85억원에 달하며 자회사들이 재무제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이다. 향후 제넥신과 칼로스메디칼이 제품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대감이 형성되는 분위기지만 실적 가시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돼 자회사들의 적자 행진은 당분간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독 생산공장 전경.(사진=한독)
수년간 지분법 손실 지속...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 전환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독은 올해 1분기 매출액 1284억원과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매출 1271억원, 영업이익 60억원)과 비교해 매출은 1.0% 늘었고, 영업이익은 13.2% 줄어든 수치다.
다만, 올해 1분기는 당기순손실 4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0% 이상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영업흑자(52억원)를 기록한 상태에서 지분법 손실 85억원이 반영돼 당기순손실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지난해 1분기에는 지분법 손실이 9억원에 불과해 당기순이익 3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지분법 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커지면서 올해 전체 손실 규모도 전년보다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분법 손실 악화는 관계기업인 '제넥신'과 공동기업인 'Rezolute INC.' 영향이 컸다. 지분법 처리를 하는 한독의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은 총 5곳으로 이 중 제넥신에서 38억원, Rezolute INC.에서 28억원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했다. 제넥신과 Rezolute INC.는 올해 1분기 각각 557억원, 5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분율에 따라 지분법 손실이 반영된 것이다.
이밖에 나머지 관계기업인 칼로스메디칼(10억원), 한독테바(7억원), 엔비포스텍(3억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더욱이 한독의 관계기업 지분법 손실은 10년간 지속돼 왔다. 한독의 지분법 손실은 2013년(37억원)을 시작으로 2014년(78억원), 2015년(81억원), 2016년(138억원), 2017년(228억원), 2018년(159억원), 2019년 (162억원), 2020년(72억원), 2021년(156억원), 2022년(232억원) 발생했다.
관계기업 제품 상용화 단계...실적 개선 가시화 언제쯤
한독의 관계기업 제넥신과 칼로스메디칼이 제품 상용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분법 손실을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제넥신과 칼로스메디칼은 한독이 최대주주로 자리 잡고 있어 상용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분법 손실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넥신은 현재 임상 3상 진행 중인 GX-H9(지속형 성장 호르몬 치료제)을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GX-H9의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제넥신은 '24년째 상용화 없는 회사' 꼬리표를 떼고 실질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한독의 지분법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한독과 공동 연구개발 중인 HL2356(소아 및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이 임상 3상에 진입하면서 향후 성장 동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여기에 칼로스메디칼은 내년 하반기 고혈압 치료 의료기기 디넥스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상용화된 제품이 없어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첫 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칼로스메디칼은 디넥스의 국내 사업 총판 및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해외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내년 하반기 상용화에 따른 실질적인 매출이 기대된다.
아울러 한독의 지분법 손실에 영향을 미친 레졸루트(Rezolute, INC.) 역시 내년 상반기에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신약후보물질 'RZ402' 임상 2상을 완료할 예정이다. 제품 출시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임상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통상 임상 2상이 완료된 후 2~4년간 임상 3상을 진행한다. 임상 3상에 성공해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독의 지분법 손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애널리스트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한독이 외형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제넥신 등 공동연구가 성장에 기반이 되고 있다"라며 "당장은 외형에 큰 기여는 없지만, 제넥신의 실적이 가시화가 될 경우 한독에 긍정적인 건 맞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넥신과 칼로스메디칼 모두 제품 상용화를 내년으로 예상하고 있어, 올해 한독의 지분법 손실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넥신은 올 1분기 7억원의 매출이 있지만, 이는 기술이전 및 연구용역·서비스를 통해 나타난 수치기 때문이다. 바이오 산업 특성상 제품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큰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 제넥신의 매출과 당기순손익 추이를 살펴보면 지분법손실이 반영되기 시작한 2013년(58억원, -89억원)부터 2014년(167억원, -74억원), 2015년(325억원, -14억원), 2016년(114억원, -250억원), 2017년(285억원, -193억원), 2018년(129억원, -341억원), 2019년(113억원, -165억원), 2020년(185억원, 275억원), 2021년(368억원, -486억원), 2022년(161억원, -571억원)까지 꾸준히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제품 상용화 외 용역 등의 매출로 당기순손실을 개선하긴 힘든 모습이다.
아울러 칼로스메디칼은 매출 발생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개발에 주력하면서 영업손실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74억원으로, 전년(71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영업외손익까지 반영한 당기순손실도 73억원에서 103억원으로 악화됐기 때문에 내년 제품 상용화 전까지는 한독의 지분법 손실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분법으로 연결된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미래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라며 "당장은 지분법 손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독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