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로펌은 서비스다. 법무법인 제현의 황호동 대표변호사가 생각하는 로펌의 본질이다. 자본시장 관련 거래에서 로펌의 역할이 아직은 미미하던 1990년대부터 자금조달과 인수·합병(M&A), 자산양수도 등 자본시장 관련 복합 거래에서 오랜 기간 법률자문 경력을 쌓은 이 분야 베테랑 변호사다.
그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로펌 시장에서 법무법인 제현의 강점은 금융전문 로펌으로서의 전문성이라고 말한다. 법무법인 제현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M&A, 인프라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SOC 부분에서는 굵직한 딜을 따낸 바 있다.
황 변호사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니만큼 인원육성과 핵심 역량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 로펌 시장에서 대두되는 영업력 확대보다는 본질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황호동 법무법인 제현 대표변호사.(사진=IB토마토)
다음은 황호동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맡고 있는 직무와 법무법인 제현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린다.
△법무법인 제현은 지난 2009년 설립 이후 국내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인프라 투자 거래를 중심으로 업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제현의 설립자 겸 대표를 맡고 있다.
-1989년 31회 사법고시 통과 당시 국내 자본시장 전문 로펌은 드물었을 텐데 어떻게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나?
△군법무관 복무 이후 1995년에 법무법인 광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국내 법률 시장에서 자본시장 계약서 작성이나 자문업무는 극히 드물었고 김앤장과 광장 정도의 소수의 로펌에서만 다룰 수 있었다. 국내 수많은 로펌은 기초적인 계약서 작성 업무에서 일부 업무를 참여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80년대에 들어 해외시장으로의 확대와 함께 해외 클라이언트와의 거래에서 수요가 증가했다. 그때 광장에서 주니어 변호사로 시작해 일을 배울 수 있었고 시장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IMF 이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사업도 성장시킬 수 있었다.
-법무법인 제현은 M&A 자문 같은 경우 국내외 IB기관 회계법인 기타 자문사와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법무법인 제현은 어떤 방식으로 업무협업이 진행되고 있나?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시장이 활발했을 때는 국내 M&A시장에서 시장 10위권까지 기록한 바 있다. 인프라 사업은 그 규모가 커서 건수 대비 큰 사이즈 덕분에 이룬 성과다. SOC관련 딜에서 당사자가 되는 고객의 선택에 따라 법무법인과 세무법인, 전문인력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OC딜의 경우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 딜을 다룰 수 있는 업체는 소수다.
-그동안 진행한 업무 가운데 특별히 소개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가장 크게는 엘시티와 부산 거제 간 해저 터널 SOC사업에 참여했다. 대형 딜이니 만큼 수요자들도 SOC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한 협력 로펌을 필요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제현이 가지는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SOC딜은 업계 전반의 이해가 중요해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다. 그만큼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다. 제현은 그래서 SOC딜에 대한 전문성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식당이 아무리 홍보를 잘한다 해도 음식이 맛이 없으면 결국 손님이 떠나가기 마련 아닌가. 어찌 보면 로펌도 식당과 같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종이다. 전문으로 하는 로펌의 역량 육성에 최선을 다하면 손님은 찾게 되어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에 따라 증권사의 부동산 PF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메리츠증권(008560)이 난항을 겪던 둔촌주공 채권 매수를 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월엔 한국투자증권이 코오롱글로벌(003070)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문에 2680억원을 투자하는 등 대형딜이 있어 시장의 전망이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직까지는 전체적인 시장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진통제를 투여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비교하자면 예전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까지만 해도 거래 물량이 줄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는 그 강도가 여실히 느껴질 정도다. 최근 3~4년간 이어진 과잉 투자의 후폭풍으로 생각되는데 중소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리세팅이 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 같은 시장의 상황은 꽤 오래갈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본래 시장의 자금은 물처럼 흐르고 어떻게 해서든 흘러갈 길을 찾는 법이다. 금융권들도 고민을 이어갈 것이고 우리가 할 것은 그때에 가장 알맞은 지원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금융투자법에 대한 교재 2판을 내신 걸로 알고 있다. 책을 쓰면서 주안점이 있었나?
△투자자와 금융사 등 실제 거래 당사자의 관점에서 금융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문제를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상 현재 금융거래에서는 거의 민법, 상법, 형법 등 다양한 법률이 적용된다. 그렇다고 투자 업무를 위해 현행 모두를 다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업계에서 일하며 느낀 실제 필요한 법을 중심으로 책을 구성했다.
-올해 제현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이나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부동산 관련 업무는 단기간 내에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인원을 늘려 운영하고 싶지만 그만한 전문 인력을 구하기도 키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적은 인원이라고 해도 시장이 원하는 업무를 충분히 서포트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고 성장해가는 것이 현재 제현의 가장 큰 목표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