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업계를 강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탄'이 터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근 한 신용평가사는 국내 주요 건설사 11곳의 우발채무 총 규모가 95조원에 달하는 반면, 이들의 보유 현금유동성은 12조원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IB토마토>는 '부동산 PF'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사 3곳을 대상으로 재무상태를 진단하고 기업들의 대응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태영건설(009410)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현실화 등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올해 초부터 온 힘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위험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전히 조 단위에 달하는 PF 대출 잔액을 갖고 있지만, 보유 현금은 그에 대비해 적어 우발채무가 현실화됐을 시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태영건설 사옥. (사진=태영건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민자 사업을 제외한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개발 등과 관련된 PF 대출 잔액은 총 2조8285억원이다. 지난해 말(2조4490억원) 대비 3795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민자 사업은 타 사업 대비 위험성이 크다고 보지 않아 해당 금액에서 제외된다.
유동성 확보 노력에도 현금 대비 PF 대출 잔액 '과다'
약 3조원에 육박하는 PF 대출 잔액은 태영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인 4803억원에 비해 과중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PF 우발채무가 현실화됐을 경우 해당 건설사의 유동성 대응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유한 현금이 얼마나 풍부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유 유동성 대비 PF 대출 규모가 커 태영건설은 지난해부터 PF 위험 노출도가 큰 대표적인 건설사로 꼽혔고, 이로 인해 유동성 확보에 노력을 기울였다.
태영건설은 올해 1월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363280)로부터의 4000억원을 차입했다. 지난 2월에는 산업은행 및 신용보증기금의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사모사채 발행으로 총 13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으나, 만기가 도래한 14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상환에 쓰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3월에는 한국투자증권과의 투자협약으로 2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 같은 단기 유동성 대응능력 확보에도,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PF 보증 규모의 과중함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7만2104호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분양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태영건설의 PF 보증 약 3조원 중에서 착공 이후 분양 초기 및 분양 예정 사업장에 대한 약 4000억원, 미착공 예정 사업에 대한 1조2000억여원 등은 분양 경기 저하 국면에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태영건설의 PF 대출 잔액이 남아있는 현장 중 규모가 큰 현장들은 김해 대동 첨단산업단지(1800억원), 태영 디앤아이(1700억원), 구로 지식산업센터(1645억원), 창원 자족형(1591억원) 등이다.
특히 김해 삼계지구 개발사업(724억원)의 경우 타 사업 대비 규모는 작지만, 대부분 태영건설이 시행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 자체사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분류된다. 또한 해당 대출 잔액은 당장 만기가 다음 달에 도래한다.
실적 부진에 재무 개선 속도 더딜 듯
실적이 좋아져 현금창출력이 개선된다면 위기를 타개할 수 있겠지만, 이에 기대감을 걸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태영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 7242억원, 영업이익 1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7%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의 실적 부진이 올해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태영건설 측은 이에 대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최근 둔화되는 상황임에도 올해도 여전히 원가 부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형건설사에 비해 현장이 적은 중견건설사의 경우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드물어, 실질적인 원가 부담은 더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이 많을수록 원자재를 많이 구매하는 만큼 협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해 가격을 조금 더 낮춰 살 수 있기 때문에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라며 "이러한 부분에서 대형사와 중견사 간의 원가 부담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면서 태영건설의 실적 개선 속도도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는 태영건설의 올해 2분기,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각각 200억원, 240억원을 제시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우량사업 중심으로 선별해서 추진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