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재무제표의 작성 책임
공개 2023-03-31 06:0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재무제표의 작성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기업의 경영자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외부감사법이 개정되어 2014년 7월 1일부터는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회계담당 임원이 없는 경우에는 회계업무를 집행하는 직원)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과거 외부감사법에는 ‘회사가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감사인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는 규정만 존재할 뿐이며, ‘재무제표의 작성 책임이 경영자에게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재무제표의 작성 책임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회계담당 임원에게 있음’을 명문화한 것이다. 
 
자본시장법에서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때 대표이사와 제출업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서명하도록 함으로써 대표이사와 담당임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반기업회계기준의 ‘재무회계 개념체계’에서도 “기업실체의 경영자는 기업실체 외부의 이해관계자에게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보고할 일차적인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여 경영자의 재무제표 작성 및 보고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회계감사기준에서도 “감사대상 재무제표는 지배기구의 감시 아래 기업의 경영진에 의해 작성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외부감사법에 경영자의 재무제표 작성 책임 조항이 추가될 때 일부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왜 법에 추가하는가?’하면서 의아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이를 외부감사법에 명문화하고,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기 위하여 법에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대표이사의 재무제표 작성 책임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몇 가지 경우를 알아보자.
 
첫째, 기업이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에 대표이사가 ‘나는 회계를 전혀 모르고 회계에 대한 모든 일은 담당 직원이 했다.’면서 억울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을 몰라서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면책되거나 책임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있는 대표이사가 업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비판받을 일이다. 또한 회계를 전혀 몰랐다는 이유로 대표이사의 책임을 경감해주면 대표이사가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 책임을 고의로 알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외부감사인이 제출하는 ‘감사보고서’에는 ‘독립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라는 명칭의 ‘외부감사보고서’가 맨 앞에 오고, 뒤에 재무제표가 첨부되므로 마치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첨부되는 재무제표에는 대표이사 명의로 “첨부된 재무제표는 회사가 작성한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감사보고서에 재무제표를 첨부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하여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외부감사인이 회계감사를 할 때 기업을 도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현금흐름표나 주석은 감사인이 대리 작성해줄 수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하는 것은 ‘자기검토위협’을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회계역량이 부족하여 재무제표를 제대로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부감사인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된다. 
 
회계담당 임원은 당연히 회계를 잘 알아야 하지만 외부감사법상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있는 대표이사도 당연히 회계를 알아야 한다. 회계를 몰랐다는 것으로는 더 이상 면죄부가 될 수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대표이사라면 재무제표의 작성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표이사도 회계를 배우는 것을 즐기면 어떨까? 
 
회계는 경영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지식이다. 대표이사는 기업 내에서 본인의 실제 역할과 관계없이 재무제표 작성 책임을 지므로 회계를 잘 알고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표이사가 회계를 잘 모른다는 주장은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의 재무제표 작성 책임에 대한 논쟁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