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크레딧포럼)기업 신용도 따라 ‘빈익빈 부익부’ 심화
기업 자금조달 단기·양극화…조달비용 점점 증가
금리인상 올해 본격 반영…본격적인 신용하락 예상
공개 2023-03-22 16:31:1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채권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금리 변화에 따라 신용채권 발행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회사채의 경우 고금리 영향이 산업·기업별로 차이를 보이면서 신용도와 자금조달 여건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22일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대급 신용위험…불확실성 시대를 대비하라’를 주제로 열린 ‘2023 크레딧 포럼’에서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타격을 올해 본격적으로 받게 되면서 신용등급 하락과 채권 발행 여건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2일 열린 '2023 크레딧 포럼'에서 기조발제자로 참여, 올해 크레딧시장 변화와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IB토마토)
 
김 선임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등 전반적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단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일반 회사채 발행은 전년 대비 29% 감소한 47.2조원을, 주식관련사채는 47% 줄어든 6.2조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기업과 금융기관의 일반 단기조달증권(CP+STB) 잔액은 39.9% 늘어난 143.1조원을 나타냈다. 금리 상승이라는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자금 의존도가 심화된 것이다.
 
특히 신용채권의 만기도 짧아지고 있다. 금리 상승 추세와 함께 신용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만기가 짧은 채권을 선호하는데 기인한 것이다. 무보증 회사채 평균 만기는 2022년 기준 3.77년으로 전년(4.52년)보다 줄었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만기가 길어지는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AAA급 회사채 만기도 대폭 짧아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등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공모 무보증회사채의 신용등급별 비중을 보면 AAA등급 비중은 28.2%로 전년보다 9.2%p 상승했으나 AA 등급은 52.3%로 1%p가, A등급은 14.5%로 8%p 하락했다.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 영향으로 투자자의 신용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신용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사실상 초우량 회사채만이 소화됐다고 할 수 있다.
 
올해 1~2월 연초 효과와 금리인하 시점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회사채 발행이 활발해졌으나 역시 우량채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몰렸으며 이마저 3월에는 다시 빠르게 식었다.
 
또한 일반공사채, 은행채, 카드채, 기타금융채, 무보증회사채 등 신용채권의 발행 이자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의 발행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들어 국내외 기준금리 상승폭이 줄어들고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아직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다시 상승세로 접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금리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올해 기업들의 재무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용등급 하락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한계기업에 직면할 수 있으며 올해는 신용도 차별화와 이에 따른 자금조달 양극화 확대가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김필규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크레딧 시장이 순탄치 않을 것이기에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한 만큼 정책이나 규제 모두 금융의 불안정성이 있을 때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