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확장 나선 율호…재무·지배력 불안 대두되나
사업확장 위한 투자에 부채비율 30.2%p 상승
전환사채 중심…최대주주 지분율 희석 우려
최대주주 대상 유증·실적 개선세로 대응 예상
공개 2023-03-23 07:0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율호(072770)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메자닌을 통한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면서 차입부담이 단기간에 확대됐다. 그뿐만 아니라 최대주주 지배력 약화 가능성도 커진 모양새다.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관련 이슈 대응에 나선 율호는 추후 투자부담 관리를 위한 영업실적 개선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율호는 100억원 규모의 8회차 사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전환가액은 2226원으로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449만2362주(총 발행 주식의 8.13%)로 발행대상자는 일상홀딩스다. 확보한 자금은 타법인증권 취득(80억원)과 운영자금(20억원)으로 사용한다.
 
율호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버와 스토리지 솔루션이 주력 사업인 상황에서 지난 2019년 더스텔라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가방·의류 등의 제조 도소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2021년 미국 바이오 기업 키네타(KINETA)와 국내 업체 제네톡스의 지분을 취득, 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했으며 지난해에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대한그린에너지와 종합 가설재 업체인 서보산업의 전환사채를 취득했다. 올해 1월에는 폐기물 수집·운반·처리 기업인 에코랜드의 지분 100%를 현금으로 인수하기도 했다.
 
 
 
지분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지표상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부채총계는 636억원으로 전년 대비 73.4% 늘었다. 부채비율은 105.6%로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2021년보다 30.2%p 올랐다.
 
차입금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기준 261억원으로 2021년(88억원)보다 196.6% 증가했으며 차입금의존도는 22.4%로 12.5%p 상승했다. 순차입금은 마이너스(-)를 지속, 실질적인 차입부담은 크지 않았지만 순차입금이 -68억원으로 9개월만에 110억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329억원으로 23.7% 증가했음에도 순차입금의 마이너스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는 약 11억원 규모의 전환권 행사와 약 40억원의 유상증자(3자배정, 소액공모) 등 자본확충 효과가 있었음에도 재무부담은 커졌다.
 
전환사채 잔액의 경우 2022년 9월 말 150억원에서 이달 7일 기준 100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이번 8회차 전환사채 발행이 더해질 경우 200억원으로 다시 늘어나게 된다. 이들의 전환 가능 주식 수는 총 발행주식의 19.02%에 해당하는 1050만3144주다.
 
 
 
특히 전환사채는 추후 최대주주의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율호의 최대주주는 태영이엔지홀딩스로 지분율은 2.94%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9.25%로 올라서지만 10%를 넘지 못한다.
 
2024년 6월 전환권 행사가 가능한 8회차 전환사채를 제외한다고 해도 현재 전환권 행사가 가능한 6회차 전환사채와 오는 4월부터 전환권 행사를 할 수 있는 5회차 전환사채 잔액의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8.34%까지 떨어질 수 있다. 5회차 전환사채와 6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각각 1681원, 1650원으로 현재 주가(20일 종가) 2305원보다 낮아 전환권 행사가능성이 높다.
 
율호는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1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최대주주 지분율 희석 방어에 나섰다. 실제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태영이엔지홀딩스의 지분율은 11.79%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할 경우 17.56%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안정적인 지배력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은 30%에 미치지 못하지만 예전보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 등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효과로 지난해 빠르게 커졌던 재무부담에 대한 경감효과도 존재한다.
 
 
 
다만 아직도 사업영역 확장에 집중하는 만큼 실적 개선세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무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지표상으로 여전히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보이고 있어 자체적인 현금창출을 통한 투자비용과 차입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율호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1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3억원과 25억원으로 각각 33.3%, 15.8%를 기록했다. 2019년 이후 꾸준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2021년 -152억원으로 유출 금액이 전년 대비 126.3% 증가하면서 74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에도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 147억원을 발생시키면서 전체 현금흐름을 관리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의 경우도 영업활동 현금흐름 -65억원, 투자활동 현금흐름 -77억원으로 역시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 205억원을 유입시켰다.
 
이는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넘어설 정도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재무부담 관리에 필요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영업실적 성장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미다.
 
율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재무 상황과 영업실적 등을 봤을 때 부채와 차입금은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지분 구조 등을 볼 때 적대적 M&A 등 경영권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한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