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부활, 조중석 대표 영업력에 달렸다
항공업 임원 경력 짧아 전문성 의구심…다만, 매출 확대 기여 평가
아시아나 시절, 국제선 집중 전략…LCC 경쟁 대비 목소리 높아
공개 2023-02-15 07: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오는 3월 이륙 준비를 앞둔 이스타항공 부활이 신임 대표인 조중석 전 아시아나항공(020560)(아시아나) 전무의 경영능력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효율 극대화를 통해 코로나19로 확대된 부채 압박을 이겨내고, 저가항공사(LCC)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앞서 2021년 중견건설사 성정은 1100억원에 법정관리 중인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21년 인수 당시만 해도 이스타항공이 기업회생 절차를 마치고 빠른 시일 내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을 이유로 3년여간 항공운항증명(AOC) 발급에 동의하지 않으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부채와 향후 투자금액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성정은 800억원가량 손해를 감수하고 지난달말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VIG파트너스에 넘긴 바 있다.
 
이스타항공 신임 사장에 조중석 아시아나항공 전 전무가 선임됐다.(사진=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내달 하순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이스타항공의 운항을 재개할 전망이다. VIG파트너스는 지난달 3자배정 유상증자로 1100억원을 투입해 이스타항공 지분을 100% 취득했다. 증자대금으로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을 해소해 AOC 발급을 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 
 
AOC를 발급 받으면 이스타항공은 빠른 기간에 비행기를 띄우고 사업을 재정비할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항공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표의 경영능력이라 평가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가 LCC에 집중되면서 관련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임 대표로 선임된 조중석 전 아시아나항공 전무에 관심 집중되는 이유다.  
 
아시아나 임원 시절, 국내 매출 상승 전략 주효 
 
VIG파트너스는 지난달 17일 이스타항공 인수 거래종결을 발표하며 신임 대표로 조중석 전 아시아나 전무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VIG파트너스는 조 신임 대표와 관련해 “지난 30여년간 아시아나항공 한국지역본부장, 에어부산 경영본부 본부장 등 중책을 역임하며 영업, 마케팅, 재무, 전략기획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항공산업 전문가”라며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이스타항공의 재도약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사측에 따르면 조 신임 대표가 30여년간 항공산업에만 종사한 전문가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임원 경력을 따져보면 VIG파트너스의 소개와 다소 거리가 있다. 조 신임 대표는 1988년 금호그룹 공채로 입사해 30여년간 금호그룹에 재직했다. 그의 임원 경력은 △2008~2009년 에어부산 이사(경영본부 본부장) △2011~2016년까지 금호타이어 전무(전략기획본부장, OE영업 본부장) △2017~2020년 아시아나항공 전무(한국지역본부장 겸 서울여객지점장) 등이다. 금호타이어 임원 경력이 6년으로 항공업 임원 경력 5년보다 1년여 더 많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항공사 전문성에 의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다만, 2017~2020년 아시아나 한국지역본부장 겸 서울여객지점장 시기 국내 매출을 보면 조 신임 대표의 영업력이 상당했음을 짐작게 한다. 아시아나의 한국지역본부장 겸 서울여객지점장은 국내발 여객을 총괄하는 국내선과 국내선 안에 해외선을 조정하는 국제선 전략을 수립한다. 국내 총매출은 국내선과 국제선, 기타 매출 총합으로 결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계속영업 매출액 중 국내선과 국제선 총액은 △2015년 5조7503억원 △2016년 5조8201억원 △2017년 6조1746억원 △2018년 6조7023억원 △2019년 6조6308억원 △2020년 3조6438억원 등이다. 조 신임 대표가 아시아나 전무를 맡았던 2017년과 2018년은 각각 전년보다 매출액이 3500억원과 5300억원으로 늘었다. 2016년에 전년 대비 매출액이 700억원가량 증가하는데 그친 것과 온도차가 있다. 2019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한 것은 그해 10~11월께 코로나19가 발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조 신임 대표의 영업 전략은 국내선을 줄이고 국제선을 늘리는 데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선 매출은 줄어드는 대신 국제선 매출이 점차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 신임 대표는 당시 국내선 대신 국제선을 늘려 국내 매출 상승을 도모한 것으로 판단된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조중석 대표님은 아시아나에서 시작해 에어부산을 거쳐 30여년 가까이 근무한 인물로 영업부문에서 항공업계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블라인드 펀드 자금으로 인수…빠른 엑시트로 안전불감증 우려
 
조 신임 대표의 가장 큰 과제는 사모펀드 자금에 기인한다. 항공업계 일각에선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이 수년 내 엑시트 해야 하는 블라인드 펀드 자금이라는 점을 문제 삼는다. 빠른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나친 효율을 강조할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 전액을 ‘4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충당했다. 해당 펀드는 약 9500억원 규모로 2020년 최종 결성됐다. 블라인드 펀드는 통상 4~5년 내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 빠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엑시트 진행이 예상된다. VIG파트너스 입장에서는 1~2년간 이스타항공을 최대한 쥐어짜 외형을 성장시키고 매각하면 성공적인 투자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 AOC 발급도 안 된 상황에서 엑시트를 말하기는 이르다”라며 “운용사마다 펀드의 성격이나 전략이 천차만별이다. 현재 이스타항공 투자지분에 대해서는 엑시트 기간이 정해진 바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