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정비사업 수주전…몸 사리는 건설사들
줄줄이 단독입찰…유찰 후 수의계약 수순
1·2위 건설사가 컨소시엄 이루는 경우도
공개 2023-02-06 17:17:18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몸 사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습이다.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법적 다툼까지 벌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단독 입찰로 대부분 사업장의 시공사가 결정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장. (사진=연합뉴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상록 리모델링주택조합은 이달 25일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로 정해질 전망이다. 조합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돼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포스코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포스코건설은 유찰된 서울 신당8구역 재개발사업의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입찰에도 지난달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포스코건설은 서울 방배신동아 재건축, 안양 초원세경 리모델링 등 올해 수주한 사업 모두 경쟁 없이 '무혈입성'했다.
 
이는 포스코건설만의 현상이 아니라, 최근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집값 하락과 미분양 물량이 급속도로 불어나는 등 주택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정비사업에서 최근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건설사가 수주전에 뛰어들면 설계, 마케팅 등으로 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패배할 경우 고스란히 매몰 비용이 되기 때문에 경기 침체 상황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공사비 회수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무리한 경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알짜 사업지'도 상황은 똑같다. 서울 청량리8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작업에 나섰으나 입찰에 롯데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 또한 지난달 시공사 2차 입찰에 나섰으나 역시 롯데건설만 참여했다.
 
경쟁 부담에 아예 '맞손'을 잡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028260)현대건설(000720)은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사업에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했고, 최근 조합은 해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정비사업 수주 경쟁을 건설업계에서는 소위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데, 최근의 건설 경기를 고려했을 때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수주가 확실하다고 여겨지는 사업지에만 입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