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주택, 개발사업 곳곳서 '시름'…투자 대비 수익성 '물음표'
2009년 매입한 서울 뚝섬 용지…아직도 '변수' 남아 있어
'송도 테마파크' 8년째 지연…지루한 법정 다툼 지속
공개 2023-02-10 06: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부영주택은 사업다각화 일환으로 레저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진척 속도가 매우 느린 사업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 투입한 자금 규모는 크지만, 사업 속도는 더뎌 부영주택 입장에서는 속이 타고 있다. 또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비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재무부담 또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부영그룹 사옥. (사진=부영그룹)
 
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부영주택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4294억원) 중 일반분양(1394억원) 및 임대분양(1685억원) 비중이 71.7%를 차지했다. 매출 구조에서 아파트 분양 비중이 높아 분양 시장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부영주택은 그 해 분양 수익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영주택은 이처럼 분양 수익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특히 레저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 2006년 제주 중문관광단지 동부지역의 미매각 시설용지 48만3000㎡를 제주시에 1426억원을 지급하고 매입했다. 당시 부영주택 측은 해당 용지에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또 2009년에는 호텔 건립을 위해 서울 뚝섬4구역 용지를 서울시로부터 3700억원에 매입했다.
 
이어 2012년에는 서울 소공동 용지를 삼환기업으로부터 역시 호텔 건립을 목적으로 2048억원에 매입했고, 2015년에는 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인 연수구 동춘동 일대를 '송도 테마파크' 사업을 위해 3150억원에 사들였다.
 
 
문제는 소공동 호텔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사업 모두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부영주택이 3곳의 용지 매입을 위해 투입한 자금만 8276억원 규모다.
 
뚝섬 호텔 사업의 경우 걸림돌로 여겨졌던 부지 맞은편 서울숲 공원 주차장 부지 매각 문제가 해결돼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다만, 서울시가 서울숲 공원 주차장 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호텔의 한강 조망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뚝섬 호텔 사업의 추정 공사비 규모가 커 공사가 진행돼도 부영주택의 재무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총 약 1조원의 공사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송도 테마파크' 사업은 지자체와 오랜 시간 법정 다툼으로 지체되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이 진행한 '테마파크 사업부지 토양정밀조사' 결과에서 부영주택이 매입한 송도 부지의 토양오염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연수구는 토지를 정화할 것을 명령했고, 부영주택은 구의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며 '오염 토양 정화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021년 5월 연수구가 최종 승소했다.
 
부영주택은 오염 토양 정화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재판 결과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과는 별개로 2020년 12월까지 토양오염 정화 행정명령을 이행해야 했다. 그러나 부영주택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연수구는 같은 달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오염정화 행정명령 불이행으로 부영주택을 연수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
 
그 결과 부영주택은 인천지법에서 대표자, 법인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이에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테마파크 개발이 무려 8년째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은미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부영주택의 일부 추진 사업의 경우 개발 지연으로 투자 규모 대비 수익창출이 부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며 "진행이 더딘 사업장과 관련해 향후 진행경과 및 추가 자금투입 여부와 더불어 개발사업과 관련한 사업성 등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신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면서 부영주택은 재무구조도 악화된 상태다. 특히 향후 신사업 진행에 있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재무 상태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영주택의 부채비율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20년 378.4%에서 2021년 406.6%로 상승했고, 지난해 9월 말에는 412.4%까지 올랐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200% 이상이면 재무구조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하는데, 이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총차입금의존도 또한 지난해 9월 말 25.1%를 기록해 전년 말(23.8%) 대비 상승했다.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 현금 보유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부영주택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0년 말 8260억원에서 2021년 말 2918억원으로 64.7% 감소했다. 반면 단기금융상품은 637억원에서 1438억원으로 800억원가량 늘었지만 현금 감소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부영주택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특별히 답변할 내용이 없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