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오브젠...한국투자증권, 지분투자 수익 기대감 '쑥'
공모가 대비 3배 이상 웃돌아…수요예측 부진에도 주가 흐름 양호
한국투자증권, 지난해 오브젠 프리IPO 참여…지분투자 차익실현 기대도
공개 2023-02-06 07:00:00
[IB토마토 은주성 기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새내기주 오브젠(417860)이 주가에 날개를 달며 대표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도 수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브젠의 상장주관사일 뿐 아니라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도 나선 바 있는데 수요예측 부진에도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공모가를 시장 눈높이보다 비교적 높게 설정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오브젠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 따라 고평가 논란을 일부 해소하면서 향후 지분투자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브젠 주가는 6만원선을 돌파하며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이는 공모가인 1만8000원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오브젠 주가는 상장 첫 날인 지난달 30일 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형성되고 상한가까지 오르는 이른바 따상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후 4만원 중후반대를 보이다가 이날 6만원을 넘어서면서 상장 후 1일 하루 조정을 제외하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한국투자증권)
 
앞서 오브젠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98.49대 1로 부진한 결과를 얻었다. 특히 수요예측 신청수량 기준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56%가 공모가 희망밴드(1만8000~2만4000원) 최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1만8000원 미만의 가격을 제출했다. 밴드 최하단인 1만8000원을 신청한 비중도 37.40%였다. 반면 희망밴드 최상단인 2만40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출한 비중은 10.94%에 불과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데다 수요예측이 부진하면서 오브젠 공모가가 희망밴드를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비슷한 시기에 수요예측 경쟁률이 31.33대 1로 부진했던 티이엠씨(425040)도 희망밴드(3만2000~3만8000원) 최하단보다 낮은 2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결정하기도 했다. 티이엠씨 수요예측에서 신청수량 기준 전체의 77.09%가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을 밑도는 가격을 제출해 오브젠보다 저조했지만 희망밴드 최상단인 3만8000원 이상을 제시한 비중은 19.70%로 오브젠보다 높았다. 
 
다만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오브젠 공모가를 희망밴드 범위 내인 1만8000원으로 최종 결정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공모가를 높게 결정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7월 오브젠의 주식 13만5000주를 약 15억원에 취득했는데 주당 취득가액은 1만1117원이었다.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했지만 지분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 눈높이보다 높게 공모가를 확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브젠 주가가 상장 뒤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한국투자증권은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오히려 희망밴드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해 오브젠이 기대했던 최소한의 공모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지분투자 당시 취득가액보다 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만큼 이날 기준으로 60억원이 넘는 투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실제 한국투자증권이 오브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기한이 남아있는 만큼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투자한 오브젠 지분 가운데 11만2000주는 상장일로부터 3개월 뒤, 2만3000주는 상장일로부터 1년 뒤에 처분할 수 있다.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우려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향후 오브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은 이전부터 증권사의 IPO 주관을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하면서 IB 활성화와 혁신기업 발굴 및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추진해왔다. 2021년에는 증권사의 주관사 업무를 제한하는 IPO기업 지분율을 혁신기업 등에 한해 10%로 2배 높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비상장기업 지분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증권사로 꼽힌다. 오브젠 이외에도 하이브(352820)(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유일로보틱스(388720), 자이언트스텝(289220), 원티드랩(376980), 새빗켐(107600), 지투파워(388050) 등의 지분투자에 나섰고 이후 일부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수십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또 투자기업 대부분의 대표주관사 또는 공동주관사를 맡으면서 IPO 주관실적도 챙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상장기업은 공모가가 과도하게 산정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례로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30억원을 투자해 파나시아 지분을 취득했는데 주당 취득가액은 1만1250원 수준이었다. 이후 2020년 한국투자증권은 파나시아 상장을 추진하면서 주당 평가가액을 4만7219원으로 산출했다. 1년 만에 기업가치가 4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결국 파나시아는 고평가 논란으로 상장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지난해 상장한 지투파워도 고평가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공모가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PER이 50배를 넘는 기업은 유사회사로 선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투파워는 유사회사 5개사 가운데 PER이 무려 47.29배인 제룡전기를 포함시킨 것이다. 결국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유사회사를 2개사로 재선정하면서 적용PER이 기존 23.61배에서 22.54배로 낮아졌지만 할인율을 조정하면서 희망 공모가는 기존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2020년 지투파워 지분을 인수한 취득가액(1만600원)과 최종 공모가의 괴리율은 35.37%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 규제 완화로 증권사가 발행사 투자를 통해 모험자본 공급을 늘린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상장 이후 조기에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이를 고민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주성 기자 e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