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
코리안리(003690)가 재보험 특약 갱신 효과로 경상적인 이익 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보험에 대한 공급보다 수요가 커져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해외 수재보험료 규모도 증가하면서 수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매년 1월에는 재보험 시장에서 특약의 가격이나 보장범위 등 상품 조건이 갱신된다. 재보험 계약은 임의재보험과 특약재보험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통상적인 재보험 거래서는 주로 특약재보험이 사용되며 매해 갱신 과정이 이뤄진다.
최근에는 재보험 구매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하드마켓’ 흐름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화재나 홍수·태풍 등 재해 요인으로 보험영업 손실이 발생하면서 위험 전가를 위한 재보험 수요가 증가한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언더라이팅(보험자가 위험이나 목적, 보험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인수를 결정하는 것)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사진=코리안리)
재보험 가격 상승과 인수 조건 강화가 이뤄진 만큼 해당 시장 내 주도권이 재보험사에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재보험 계약 중에서 비례특약(일정한 비율로 손실액 담보)은 원보험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 하락으로 재보험사의 사업비 부담 완화가 기대되고, 비비례특약(일정액 한도로 손실액 담보)은 보험 요율 상승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특약 갱신은 1월·4월·7월·10월 등 연중 퍼져있는데 당사 같은 경우 1월 비중이 가장 크다”라면서 “재보험 요율이라는 가격 동향이 중요한데, 지난해부터 공급보다 수요가 커지는 하드화 추세가 있었다. 구체적 수치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추세에 따라 증가되는 양상이다”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005940) 추정치에 의하면 코리안리는 재물보험 특약 갱신의 경우 비례특약은 수수료가 5~10% 감소하고, 비비례특약은 일반·대재해 사고 발생 부문에서 50~100% 사이의 요율 상승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홍수와 태풍(9월 힌남노 등) 영향으로 피해가 컸던 만큼 하드마켓 사이클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수재 비중이 높아진 점도 하드마켓 흐름에서 수혜 요인으로 꼽힌다. 코리안리 해외점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4개 지점(싱가포르, 라부안, 두바이, 상하이)과 4개 자회사(홍콩, 런던, 취리히, 뉴저지), 4개 주재사무소(베이징, 도쿄, 런던, 보고타) 등으로 확인된다.
코리안리의 수재보험료 가운데 해외 비중은 지난해 30% 수준까지 확대됐다. 기존에는 국내서 비례로 수재한 보험료를 해외로 재출재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지난 2020년 이후부터는 해외 수재보험료 비중이 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보험료 규모가 큰 폭(추정치 17.4%)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해외 수재보험료는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재출재하는 사업 구조로 하드마켓 수혜가 다소 제한적이었지만 수재 비중과 규모가 더욱 커진 만큼 하드마켓 사이클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리안리가 해외 수재 네트워크를 계속 확대하고 있고, 하드마켓 흐름이 향후에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높은 성장 기대감을 키운다.
설용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보험 시장 내에서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심화된 만큼 당분간 재보험사 주도권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1월 특약 갱신 결과 지속되는 하드마켓 사이클을 고려했을 때, 재보험사 전반적인 언더라이팅 이익 체력의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내다봤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