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규제 강화 3년…국내 제약업계 '지각변동'
생동성 인정품목 2년 만에 85.1% 감소
시장성 높은 품목으로 생동성시험 집중
위탁 방식 허가 시도하는 제네릭 비중 줄어
공개 2023-01-12 16:12:33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제네릭(복제약) 생산에 치중해 왔던 국내 제약업계가 급변하고 있다.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인정품목이 큰 폭으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위탁 방식으로 허가를 시도하는 제네릭 비중도 감소했다. 제네릭 범람을 막기 위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업계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진=연합뉴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을 인정받은 의약품은 235개로 2021년 648개에서 63.7% 줄었다. 2020년 1573개와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85.1% 급감한 것이다.
 
생동성 인정품목은 오리지널 품목을 대조약으로 생동성시험을 실시해 동등성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생동성시험은 제네릭 등 동일성분 의약품 제조를 위해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시험이다.
 
생동성 인정품목이 급감한 것은 정부가 제네릭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인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제네릭 품질 향상, 신약개발 촉진 등을 위해 지난 2021년 7월 ‘공동생동 1+3 법안’을 시행했다. 동일한 생동성 시험자료를 통해 허가 신청할 수 있는 품목을 최대 3개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종전까지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출시를 위해 공동 비용을 지출해 품목허가를 받고 제네릭을 수십개씩 만들어냈다. 기존 생동성 시험자료를 무제한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동생동 1+3 법안이 시행된 이후 이 같은 방법이 막히면서 결과적으로 생동성 인정품목이 급감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생동성 인정품목이 당뇨병이나 만성질환 등 시장성이 높은 분야로 몰리는 현상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자체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으면 제네릭 출시가 어려워진 만큼, 연구개발(R&D) 비용을 감안해 돈이 될법한 제네릭에만 투자가 집중되는 것이다.
 
지난해 생동성 인정품목 현황을 살펴보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생동성 인정품목만 30개를 넘어선다. 포시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SGLT-2 억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다. 최근 4년간 54% 수준의 매출성장률을 보이며 2021년 381억원의 매출을 올려 시장성이 매우 높은 의약품으로 꼽힌다.
 
포시가와 쌍벽을 이루는 SGLT-2 억제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의 생동성 인정품목도 줄을 이었다. 자디앙은 릴리가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로 2021년 323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자디앙의 주요 성분인 엠파글리플로진에 메트포르민염산염을 결합한 2제 복합제들이 생동성 인정품목으로 승인을 받았다.
 
판도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는 제네릭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식약처가 최근 공개한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생동성 인정품목 648개 중 직접 생동성시험을 수행한 제품은 75개다. 반면 위탁제네릭의 비중은 88.4%로 2년 사이 8.2%p 줄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이는 지난 2020년 7월 시행된 ‘계단식 약가제도’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제도는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제네릭의 상한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생동 1+3 법안과 마찬가지로 제네릭 난립 방지를 위해 정부가 고안해낸 제도다.
 
계단식 약가제도가 시행된 이후 직접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으면 높은 약가를 인정받을 수 없는 탓에 위탁 방식의 제네릭 허가 시도가 줄어든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규제 강화 영향으로 제네릭이나 생동성시험이 감소했다고 얘기하지만, 정확히는 중소형 제약사들이 대거 난립하기 전인 1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에 가깝다”라며 “제약업의 성장이나 발전을 생각하면 제네릭 규제를 강화하고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투자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의 규제 움직임이 대형 제약사보단 제네릭 위주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중소형 제약사들에게 불리한 형태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