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중심 경영 나선 '포스코'…케미칼 수장에 '기술통' 앉힌 이유
경기침체로 재무통 중심 그룹 기조…조 단위 투자 필요한 케미칼 '예외'
NCM 양극재 기틀 다진 인물 초빙…LFP 소재 기술력 강화 포석 전망도
공개 2023-01-09 07: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경기침체를 대비해 재무중심으로 경영 방침을 전환한 포스코(005490)그룹이 포스코케미칼(003670) 신임 대표이사에 또다시 기술통 인사를 선임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시설투자를 위해 자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재무통 인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소재 시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FP는 전기차용 배터리 중 하나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삼성SDI(006400))가 주력하는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와 함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미 NCM 배터리에서 우위를 선점한 상황에서 향후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LFP 배터리 소재 시장까지 선점할 계획이다. 화학업계는 2차전지 전기차 시장이 주행거리가 아닌 가격에 집중할 경우 NCM 보다 30% 저렴한 LFP 계열 배터리의 우위를 전망했다.
 
김준형 포스코케미칼 신임사장.(사진=포스코케미칼)
 
5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사장단 인사에서 김준형 SNNC 사장을 포스코케미칼 신임사장으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초기 양극재 사업 안정화와 확장에 기여해 그룹 내 2차전지 소재 전문가로 평가된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인사 발표에서 김 사장을 “니켈사업을 이차전지와 연계한 고순도니켈사업으로 한단계 레벨업시킨 장본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술통 김 사장의 선임이 눈에 띄는 이유는 포스코그룹이 지난해 경기침체에 앞서 재무 역량 강화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계열사에 금융시장 신용경색에 대비해 현금중심 경영을 주문한 바 있다. 현 포스코그룹 사장단도 김 사장과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마케팅전문가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 2인을 제외하고, 모두 재무에 밝은 인물이다. 
 
특히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대규모 투자로 자금 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 김 사장 발탁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회사는 2025년까지 양극재와 음극재 증·신설에 3조원가량을 집중 투자해 2022년 연산 10만5000톤에 불과하던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60만5000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한해 400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포스코케미칼의 재무상태가 그다지 양호하지 않다는 것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10~2018년까지 무차입경영을 지속했으나,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이듬해 차입경영으로 돌아섰다. 투자가 늘면서 2018년말 1895억원에 불과하던 부채총계도 2022년 9월말 기준 2조1643억원으로 급증했다. 동기간 부채비율도 25%에서 79.5%로 3배가량 상승했다.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12% 무차입 수준에서 10.6%까지 증가했다. 2021년 유상증자를 통해 1조2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으나, 운전자금 증가 등 부담에 일각에선 대규모 자금마련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급증하는 매출로 인한 운전자금부담도 문제다. 2021년 4661억원에 머물렀던 운전자금이 지난해 3분기 기준 9460억원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LFP 배터리 소재 투자비용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포스코케미칼의 현금성자산은 1조1909억원이고, 현금화 가능한 매출채권은 5042억원이다. 토지 등 유형자산이 1조9873억원에 달하나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기대만큼의 담보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임 대표에게 재무적 감각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러나 그룹은 재무통보다는 소재 전문가를 신임 대표이사로 낙점하면서 기술력 증대에 힘을 실었다. 포스코케미칼의 기술력 증대 중심에는 LFP 배터리 소재가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미 NCM 계열 배터리 소재기술과 원자재 공급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LFP 배터리 소재까지 확대할 경우 배터리 소재 시장을 모두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LFP 배터리 양산화를 준비 중이다. 2년여의 연구 기간을 거치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LFP 배터리 소재 기술개발의 중요성은 관련 시장 확대 조짐으로도 나타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4년부터 LFP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광물 가격 급등으로 NCM 계열 배터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앞두고 현대차(005380)그룹을 비롯해 포드와 폭스바겐 등 국내외 완성차업체들도 LFP 배터리 확대를 추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소비자가격은 2만5000달러(약 3200만원)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실제 LFP 배터리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1위는 점유율 37.1%를 차지한 CATL, 2위는 13.6%를 차지한 BYD이다. 1·2위 모두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중국기업이다. 2021년 동기간까지만 해도 2위를 유지하던 LG엔솔은 점유율이 1년새 19.6%에서 12.3%로 7.3% 감소하며 3위로 밀려났다. 같은 기간 성장률도 LG엔솔은 9.7%에 그쳤지만, CATL과 BYD는 100%를 넘겼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준형 사장님은 회사의 양극재 사업 초기 안정화와 성장을 이끄신 분”이라며 “LFP를 포함한 양극재 소재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성능 고도화, 양산능력 확대 등 사업 역량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