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빠진 롯데건설…해외에서 '탈출구' 찾는다
올 해외 수주액 전년 대비 1407% 증가…공들인 동남아서 수주 기대
동남아 프로젝트 경험자 대거 채용 등…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효과도
공개 2022-12-14 07: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자금난'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이 해외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올해 동남아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데다 오랜 기간 해당 지역에서 입지를 잘 구축해놓은 덕분에 추가 수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12일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날 기준 올해 해외수주금액 17억6132만달러를 기록하며 국내사 중 해당 부문 5위에 올라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억1687만달러) 대비 무려 1407.09% 증가한 수치다.
 
특히 계열사인 롯데케미칼(011170)과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 관련 계약 체결을 성사시킨 것이 컸다. 라인프로젝트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 규모는 39억달러다. 이 중 롯데건설은 16억354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해외에서 호실적을 올린 롯데건설이지만, 최근 자금난을 겪으며 국내에서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10월 말부터 운영자금 명목으로 계열사 등으로부터 총 4차례 1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유동성 지원을 위해 11억원 규모의 사재를 투입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금융권 차입에도 나서 시중은행 5곳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하나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이 롯데물산 자금보충약정을 바탕으로 2000억원, 1500억원을 빌려줬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롯데건설 본사 사옥을 담보로 3000억원을 대출해줬다.
 
최근에는 KB국민은행에도 손을 벌렸다. 이달 초 롯데건설은 케이비그린에너지제일차 유한회사와 1000억원 규모의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했다. 또한 신한은행과의 대출 계약 체결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에서만 총 1조원대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6년 동안 롯데건설을 이끌었던 하석주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박현철 롯데지주(004990) 경영개선실장이 신임 대표이사 자리에 선임되기도 했다. 지난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한 박 대표는 롯데정책본부 운영팀장, 롯데물산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롯데물산 재임 시절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한 업적이 있다.
 
롯데건설이 새 대표이사 체제에서 해외수주에 힘입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긍정적인 점은 하석주 전임 대표이사가 '동남아'에서 롯데건설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놨다는 점이다.
 
하 전 대표는 일찌감치 주요 해외시장으로 동남아를 점찍고 취임 초부터 이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말레이시아 조호바르 화공플랜트 현장을 선택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롯데건설은 여러 차례에 걸쳐 플랜트 사업 부문 5~7년 이상 경력직을 대거 채용했으며, 그중에서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해외 프로젝트 유경험자를 우대해 선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기준 672명이었던 롯데건설의 플랜트 인력은 올해 3분기 976명까지 늘었다.
 
베트남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이러한 가운데 동남아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에서도 올해 낭보가 전해졌다. 롯데건설은 지난 5월 베트남 호치민시와 협력해 총 사업비 9억달러 규모의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투티엠 지구 내 5만㎡ 부지에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의 복합단지를 짓는 공사로 쇼핑몰, 오피스, 호텔, 아파트 등 주거와 상업·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 회장이 지난 9월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기에 롯데건설은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효과도 누렸다. 당시 S-Oil(010950)(에쓰오일)은 울산에 70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와 관련해 롯데건설, 현대건설(000720), 현대엔지니어링 등과 설계·조달·시공(EPC) 업체 선정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건설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앞으로도 해외사업 추가 수주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룹 내 계열사의 공사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특정 국가에서 입지를 단단히 구축하면 추가 수주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라며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유통부문을 중심으로 그간 동남아 지역에 적극 진출해왔기 때문에 롯데건설이 수혜를 입을 확률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측도 이미 동남아 등에서 대형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해외 수주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 베트남 투티엠 프로젝트 등 대형프로젝트 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동남아 지역 등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영역 확대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