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매출 늘어도 '반쪽 성장'…의구심 짙어졌다
거래액 성장 위해선 구매력 키워야
멤버십 혜택 경쟁, '미미한' 롯데온
오픈마켓 강화, 장기적으로 득 될까
공개 2022-12-14 07:00:00
[IB토마토 황백희 기자]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롯데ON)이 매출증가에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거래액이 줄어들어 반쪽짜리 성장을 거둔 데다 구매전환율이 5%에 불과하고 존재감도 미미한 탓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나타내는 거래액 성장률과 구매력 확보가 외형 성장과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
 
 
12일 롯데쇼핑(023530) IR자료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롯데온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줄어든 7574억원(거버넌스 통합 기준)이었다. 같은 기간 이커머스 사업부 매출액은 250억원으로 4.2% 소폭 늘었다. 매출 증가에도 이례적으로 거래액이 감소한 것이다. 이커머스 사업부의 영업손실은 17.4% 줄었다. 거래액을 늘리기보다 마진을 취한 결과였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온의 거래액 점유율은 2021년 1.3%에 그쳤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NAVER(035420)), 쿠팡, 신세계(004170)그룹(SSG닷컴·G마켓글로벌) 등 상위 플랫폼으로 지배력이 확장되고 있다. 상위 3개사의 순결제금액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49.5%로 2018년보다 10.7%p 상승했고, 쿠팡의 경우 같은 기간 순결제금액 점유율이 17.1%로 8.1%p 증가하면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입점 업체의 판매수수료를 매출로 잡는다. 통상 거래액이 증가하면 그에 따른 수수료 매출도 늘지만, 롯데온의 경우는 달랐다. 롯데온은 할인 폭이 커 수수료율이 낮은 고가의 전자제품 등은 판매 비중을 줄이고, 비교적 판매가는 낮지만 마진율이 높은 패션·뷰티 상품에 집중했다. 거래액은 감소했지만 마진을 남겨 영업손실을 줄인 것이다.
 
이 같은 고마진 수익 구조는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가져오지만 버티컬화될 우려도 있다. 온라인 종합몰을 표방하는 롯데온에 해당 전략이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는 살펴봐야 한다. 쿠팡 관계자는 “적정한 마진을 유지하면서 전반적인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활성 고객 확보로 누적되는 거래액이 줄면 성장성 지표도 내려간다”라고 언급했다. 실구매자 비율이 증가하면 거래액 성장도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취지다.
 
 
 
실제 롯데온의 경우 방문자와 구매자 수 각각은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월 평균 방문자는 전년 대비 18.9% 증가한 2653만명이었다. 연간 평균 구매자 수는 144만명으로 지난해보다 15.4% 늘어났다. 방문자 지표는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성장 잠재력으로 보지만, 진입 장벽이 없는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방문 지표만으론 의미를 갖지 못한다. 구매자 전환 비율을 높게 가져가야 실수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구매자 수는 객단가나 상품군에 따라 달리 해석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공시된 수치를 근거로 한 롯데온의 구매 전환율은 0.05(5%)다. 2022년 3분기 기준 월 평균 방문자 2653만명, 연 평균 구매자 144만명으로 단순 방문자 100명 중 5명꼴로 실구매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또 구매자 증가율이 방문자가 늘어나는 비율을 따라가지 못했는데, 잠재 고객의 유입 속도만큼 구매 수가 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쿠팡의 경우 올해 3분기 활성 고객 수 1800만명과 쿠팡 앱 설치 수 2453만명으로 구매 전환율을 계산하면 0.7(70%)로 롯데온과 큰 차이를 보인다.
 
단순 방문자를 유효고객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 모색은 커머스 업계의 공통된 과제다. 회원 가입과 가입기간 지속을 유도하는 것이 유효고객 확보의 첫 단계라고 한다면,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는 것도 차별화 전략이 된다.
 
실제로 쿠팡의 경우 로켓배송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이용이 가능한 로켓와우 멤버십을 운영 중이다. 네이버는 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포인트 적립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SSG닷컴, G마켓글로벌의 신세계는 할인쿠폰과 캐시백 제도로 특화된 스마일클럽을 보유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가 멤버십 고도화 경쟁으로 치열한 이때 롯데온의 경우는 존재감이 미미한 실정이다.
 
쿠팡, 컬리 등 직매입 이커머스 모델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장 움직임 속에서도 롯데온은 입지가 모호하다. 이커머스 사업부의 올해 3분기 매출 250억원 중 절반 수준인 115억원이 오픈마켓(3p) 입점 수수료로 채워졌다.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보다 삼자물류 비중이 커진 셈이다.
  
롯데온이 오픈마켓 운영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은 있다. 거버넌스 통합 기준에 따라 백화점, 마트, 롭스 등 계열사 입점 수수료와 판매수익이 롯데온 매출로 잡히지 않게 됐다. 대신 물류비용 등은 이커머스 사업부가 떠안는 구조가 됐다. 오픈마켓 운영이 당장 롯데온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모델이 된 셈이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덴 한계가 있다는 업계 의견도 있다.
 
컬리 관계자는 “직매입으로 셀렉션 구축이 어려운 상품 확대나 매출 신장에 오픈마켓이 도움이 되지만, 길게 봤을 때 직매입 비중을 키워야 기업 가치를 높게 받는다”라고 언급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오픈마켓 주력으로 총 거래량을 선도하지만 기업 가치는 그에 못 미치는 11번가 사례를 생각하면 들어맞는다. 올해 3분기 롯데온이 중개 상품 판매 풀을 전년보다 62.3% 늘린 만큼 오픈마켓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롯데온은 ‘온앤더스타일’, ‘온앤더뷰티’, ‘온앤더럭셔리’ 등 전문관을 론칭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존의 기업 신뢰성을 바탕으로 전문관을 운영하며 실적 개선도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황백희 기자 h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