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저축보험 초회보험료 급증…역마진 우려도 ‘쑥’
생명보험 업계서 가장 높게 나타나…빠져나간 보험금·환급금 충당
상품 확정이율 5.80% 수준, 운용자산이익률과 격차로 이차 부담
공개 2022-12-13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흥국생명이 올해 3분기 기준 생명보험 업권에서 일반계정 초회보험료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경쟁 과정에서 나타난 자금 유출을 일시납 저축성보험 상품으로 충당했기 때문인데, 급한 불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고금리를 내세웠던 만큼 향후 수익성 악화 부담도 커지게 됐다.
 
8일 생명보험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9월 기준 초회보험료가 총 1조1776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동기인 5599억원보다 110.3%(6177억원) 늘었다. 구체적으로 일반계정이 5951억원, 특별계정이 5826억원으로 확인된다.
 
특히 일반계정 초회보험료가 1235.2% 급증했는데 이는 저축성보험을 일시납으로 판매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자금 조달 차원에서 저축성보험을 판매했던 생명보험사들은 초회보험료가 크게 늘었는데 △동양생명(082640) 913.2% △하나생명 818.2%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692.7% △AIA생명 534.0% △KB생명 324.0% 등으로 나타난다.
 
 
 
초회보험료는 보험계약이 성립함에 따라 고객이 최초로 납입하는 보험료를 뜻한다. 저축성보험은 위험을 보장하는 일반적인 보장성보험과 달리 목돈을 마련하는 목적의 상품이며,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보다 나중에 받아가는 보험금이 더 큰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저축성보험을 일시납으로 판매하면서 초회보험료가 대폭 늘어난 것인데 그만큼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동성 저하는 코로나 영향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많아진 가운데 금리상승에 따라 저축성보험 관련 자금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은 보험사뿐만 아니라 은행 예·적금과도 경쟁해야 하는 영역이다. 또한 상품 판매도 은행에서 이뤄지는 방카슈랑스 채널이 주요하다.
 
흥국생명은 지난 9월 기준 일반계정에서 보험금으로 빠져나간 돈이 7431억원이다. 작년 동기인 3956억원에서 87.8%(3475억원) 증가했다. 사망(640억원)과 상해(4억원)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만기 도래로 지급한 보험금이 3414억원에서 6787억원으로 98.8%(3373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환급금은 1조8111억원에서 2조902억원으로 15.4%(2791억원) 증가했다. 특히 해지환급금이 1조1192억원으로 나타나 16.7%(1603억원) 커졌다. 즉 통상적으로 지급하는 보험금·환급금 금액에서 올해는 3분기까지 5000억원 수준의 규모가 추가적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흥국생명은 이를 저축성보험 판매로 다시 충당하면서 수지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성보험에서 자금 유출은 올해 연말과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는 지난 2013년 2월 비과세 관련 세제 개편이 있기 전에 절판마케팅을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크게 늘린 바 있다.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만기와 해지 시점이 이번에 도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사진=흥국생명)
 
흥국생명 역시 해당 보험사들 가운데 하나다. 흥국생명의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 추이를 살펴보면 당시 회계기간 기준(4월1일부터 익년 3월31일까지)으로 △2011년 5393억원 △2012년 8091억원으로 나타나며, 이를 현행 연간 회계기준으로 바꾸면 △2011년 3787억원 △2012년 9314억원으로 계산된다. 이후 2013년은 2229억원, 2014년은 2689억원이다.
 
흥국생명의 경우 통계적으로 봤을 때 2012년 당시 저축성보험 판매에 따른 초회보험료 유입 규모가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더욱 컸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다만 다른 연도와 비교했을 때 규모 자체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리스크 부담은 유효한 모습이다.
 
현재 급격한 금리상승 여파로 흥국생명의 재무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지표는 저하되고 있는 상태다. 올해 3분기 지급여력(RBC) 비율은 154.4%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급여력금액(2조7462억원) 자체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유동성비율은 111%로 확인된다. 유동성자산(9851억원)이 늘었지만 평균 지급보험금(8872억원) 규모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동성 확보가 핵심 과제이나 저축성보험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이차역마진 문제가 자연스레 따르게 된다. 흥국생명이 현재 판매하고 있는 금리확정형 일시납 저축보험 상품(프리미엄다사랑저축보험)의 확정이율은 5.80%다. 그만큼 높은 금리로 다시 돌려줘야 하는데 흥국생명이 자산을 운용해 얻는 이익률은 3.65% 수준으로 두 항목 사이 격차가 존재한다. 이번에 고금리 상품을 급격하게 판매한 만큼 수익성 악화로 되돌아올 수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많은 보험사들이 유동성 문제로 저축성보험을 내놓고 있다. 금리에 대한 부담은 마찬가지로 생각된다”라면서 “높은 금리의 저축보험을 얼마를 한도로 언제까지 판매 하겠다는 것은 얘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변화되는 추이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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