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늘리는 현대차…국내 배터리사 '긴장' 모드
중국 CATL과 협업 강조…가격·안전 이어 주행거리도 합격
충전소 보급 확대도 중국에 유리…LFP, 삼원계 대세 가능성 높아
공개 2022-12-09 06: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중국 CATL과 협업을 강조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SK온·삼성SDI(006400))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보급이 확대되면 주행거리에서 앞선 국내 배터리 3사의 장점이 사라져 가성비와 안전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CATL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질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의 전기차용 주력모델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이온 삼원계(NCM·NCA·NCMA, 리튬·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와 구별된다. LFP 배터리는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30% 정도 저렴하고 화재에 비교적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무게가 많이 나가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으로 지목됐다.
 
CATL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 올 뉴 니로EV.(사진=CATL, 현대차)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CATL과 협업을 강화한다. 현재 그룹 내 CATL 배터리 탑재 모델은 기아의 코나EV, 니로EV 등으로 중국 판매 물량 중심이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한국과 유럽에 판매되는 코나EV, 니로EV, 포터EV, 봉고EV 등에도 CATL 전기차용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알려졌다.
 
이는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수요를 맞추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투트랙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금껏 국내 배터리사인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096770) 자회사 SK온에서 주로 배터리를 납품받았다. 국내 소비자들 일각에서는 중국 배터리를 쓰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당연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한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2026년까지 순수 전기차 165만대를 판매할 계획으로(현대 84만대, 기아 81만대) 이를 위해 그때까지 연산 145GWh, 2030년 연산 289GWh의 배터리 조달처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급성장 하는 전기차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조달이 원활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내 한 배터리사 관계자도 “현대차그룹은 원래부터 CATL에 배터리를 납품받아 왔다”라며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로 배터리 품귀 현상이 일어나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다. 
 
주목할 점은 가파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이다. 지난 1년새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완성차업계 배터리 비용부담을 늘리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11월 5주차 주요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기와 비교해 탄산리튬 227.7%를 비롯해 니켈 38.3%, 코발트 31.5%, 망간 3.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 확대도 주행거리에 강점이 있는 국내 배터리사에 희소식은 아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전기차 도입으로 2021년과 비교해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공용 충전소는 2200% 이상 요구된다. 전기차 충전소는 허가와 전력 공급 문제를 제외하면 기술적인 장벽이 높지 않아 필요 물량이 기간 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기차 충전은 휴대폰 충전과 다를 바 없다”라며 “최근 가로등을 통해 충전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배터리 무게를 줄일 수 있는 CATL의 기술 발전도 국내 배터리 3사와 격차를 벌리는 요소로 손꼽힌다. 2019년 CATL은 배터리에서 모듈을 빼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10~15% 높일 수 있는 셀투팩(CTP, Cell to Pack) 기술을 선보여 주행거리가 짧은 NFP 단점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ATL은 지난해 현대모비스(012330)와 셀투팩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NFP가 화재에 강하다는 점도 CATL 배터리가 세계적으로 선호되는 이유 중 하나다.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는 리튬을 기본으로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중 3개 광물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때 불안정한 리튬을 잡아줄 광물이 없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NFP는 안정적인 소재인 ‘철’이 들어가 배터리 화재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경상북도 영주에서 발생한 국산 전기차 화재 사망 사고 차량에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CATL의 NFP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도 중국에서 화재 사고가 빈발하다며 통계 신뢰 수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진=보스턴컨설팅그룹)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도 CATL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판매된 비(非)중국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은 LG엔솔이 전년 동기 대비 18.4%포인트 증가한 43.7GWh로 1위를 차지했지만, 동기간 시장점유율이 5.6%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파나소닉을 제치고 2위에 오른 CATL은 동기간 배터리 사용량도 112.4%포인트 증가한데다 시장점유율도 6.4%포인트 증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앞서 자동차업계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 70%, NFP 배터리 30% 정도로 전망했으나 현재는 NFP 시장점유율이 더 증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그만큼 셀투팩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당연히 다양성을 키우는 방향을 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CATL과의 협업과 관련해 <IB토마토>에 “향후 출시될 차량에 탑재되는 배터리 종류에 관해서는 확정된 바 없으며,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공급선 다변화와 안정화를 위해 CATL 배터리를 납품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