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축소된 SK 지주사…'선택과 집중' 승부수
합병 후 연 1조원 배당 등 받았지만…자회사 부진으로 감소
4대 신사업 추진 비용도 소요 전망…차입금의존도 40% 육박
이성형 CFO, 사장으로 선임…투자기능 강화·자체 사업 확대
공개 2022-12-12 07:0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SK그룹 지주사인 SK(034730)가 줄어든 배당금·상표권 수수료 수익에 대비책을 내세웠다. 재무조직을 이끌어 온 이성형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사장으로 선임해 투자기능을 강화하고, 자체 사업 비중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SK가 신사업 투자 곳간을 채우고, 투자회사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의 별도기준 주요 이익기반인 배당금 수취액은 2020년 1조4745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7447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3분기 누적 7047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다만, 올해 연말 배당금 수취액은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투자사업 부문에서 자회사들로부터 배당금수익, 상표권 사용 수익을 수령하고 있고, 계열사 중심의 IT서비스 사업에서도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SK는 2015년 SK C&C와 SK를 합병하고 사명을 바꾸면서 매출액이 급증했다. 합병 이후 SK는 주력 자회사들로부터 유입된 배당금 수익을 바탕으로 별도기준 연간 1조원 내외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창출했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들의 이익이 부진해지면서 SK의 배당금을 비롯한 상표권 수익 등 투자사업 부문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 배당금 수취액은 물론 상표권 사용 수익 또한 2020년 2424억원에서 지난해 2225억원, 올해 3분기 212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가운데 SK가 그린(Green), 바이오(Bio), 첨단소재, 디지털(Digital)등 4대 신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금 소요는 늘어나고 있다. SK는 지난해 바이오·제약, 첨단소재(SK시그넷 등), 디지털 사업에 약 2조40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 들어서도 바이오, 반도체, 에너지솔루션 사업 등에 지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의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2020년 말 6조9000억원, 지난해 말 9조5000억원, 올 9월말에는 10조9000억원까지 증가했다.
 
대규모 신규 투자가 지속되면서 외부 차입은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SK바이오팜(326030) 등 자회사 상장 이후 지분을 매각하면서 차익을 냈지만, 계열사 상장을 위한 출자,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소요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SK해운, SK실트론, SK E&S의 재무적투자자(FI)에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정산계약(약 1조2000억원)을 체결해 우발채무로 인한 재무부담도 상존한다.
 
부채비율도 별도 기준 2020년 59.07%에서 지난해 72.37%까지 늘었고, 올해 3분기 기준 79.33%까지 확대된 상태다. 이로 인해 별도 기준 차입금의존도까지 상승하면서 신용등급 관리 리스크도 더해졌다.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 사채를 포함한 SK의 차입금의존도는 200년 30.1%에서 지난해 34.4%까지 올랐고, 올해 3분기 기준 38.2%까지 확대됐다. 앞서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SK의 등급 재조정 검토사항에 대해 별도기준 차입금의존도가 40%를 초과하는 경우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성형 SK(주) 사장과 SK 사옥(사진=SK그룹)
 
이에 SK는 지난 1일 발표한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투자 전문가를 계열사 사장으로 배치하고, 원로 부회장단은 유임해 안정과 사업 성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특히 이성형 CFO(최고 재무 책임자)를 SK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투자 관리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향후 SK는 재무구조를 재정비해 전략을 고도화하고, 적극적으로 투자 자금을 확보해 투자 자산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성형 CFO는 2018년부터 SK의 CFO를 맡아 재무 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CFO를 맡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사업을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투자를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는 SK는 반도체, 통신사업이 포함된 ICT 사업부문 계열사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단기적인 자금 소요에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 또한 현재 재무구조가 건전한 수준이며, 향후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SK는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며 자금조달에 성공하기도 했다. SK(AA+)는 지난달 30일 2300억원(2년물 1000억원, 3년물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8600억원의 참여금액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SK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회사채 발행 계획 발표 당시 (차입금의존도 등)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현재 재무건전성은 전혀 문제없고, 건전한 상태”라며 “과거 자회사 특별배당을 시행하면서 배당금 수령액은 변동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차입금 비중 등 지표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