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이규호 코오롱 4세…출발도 전에 암초 만났다
내년 1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출범…할부 금융 최대 12.5% 악재
계약자 이탈 현장 본격화 조짐…"대기 고객 이탈 적을 듯"
공개 2022-12-02 07:00:00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내년 1월 새롭게 출범하는 코오롱(002020)그룹의 수입차 사업 법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시작도 전부터 암초를 만났다.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이 자동차 할부 금리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이전과는 다른 경영 환경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되는 오너 4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 입장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내년 초 코오롱글로벌(003070)에서 인적분할돼 신설되는 수입차 회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자동차 할부 금리 고공행진으로 시작부터 고전이 예상된다. 할부 금리가 지나치게 상승하면 금융부담으로 고객 이탈 현상이 발생해 매출 등 성장성에 제약이 예상돼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고객 경제력이 떨어지는 것도 한몫한다. 
 
이규호 신임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사진=코오롱그룹)
 
신설회사는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장남이자 코오롱 4세 이규호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하며 담당하는 첫 사업이다. 수입차 사업 부문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21.8% 성장해 안정적인 후계구도 구축 첫 단추로 지목됐다. 일각에서는 신설 사업 성패에 따라 승계작업의 속도 조절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입차 할부금융 최고금리 12.53%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 수입차(신차) 할부금융 평균금리는 최저 5%에서 최고 10%이다. 이중 도요타·폭스바겐·BMW파이낸셜 등은 각각 11.15%, 10.72%, 9.49% 등 최고금리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금리는 신한카드의 12.53%로 전분기 평균 실제금리인 6.1%의 두 배를 넘어선다.
 
자동차 대리점은 연초만 해도 2~3%에 불과하던 자동차 할부금리가 치솟자 취소차 급증에 신음하고 있다. 계약 당시와 달리 훌쩍 오른 금리에 정식계약을 포기하는 고객이 늘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등록대수는 변화가 크지 않으나 고금리, 경기침체로 취소차가 늘며 내년에는 이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따르면 10월까지 전체 수입차 등록 대수는 22만557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온라인 동호회나 카페 중심으로 수입차 신차 계약 취소가 특히 늘고 있다는 글이 늘고 있다. 
 
포르쉐 인기 모델인 카이엔은 가격이 1억1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수입차다. 지난해만 해도 최소 1년이 걸린다고 하던 출고 대기 기간이 10월 기준 3개월로 9개월 당겨졌다. 캐피탈사와 렌터사들도 차를 못 팔아 야적장에 자동차가 쌓이기 시작했다는 말도 나온다.    
 
사정이 이렇자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할부 금리 인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르노코리아자동차(르노코리아)의 경우 르노 그룹 소속의 금융 관계사인 모빌라이즈파이낸셜서비스를 통해 이달 말까지 QM6, SM6, XM3 등 전 차종의 4.9% 할부 상품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부담 완화를 위해 크레딧라인을 추가 확보해 르노코리아의 안정적인 판매금융을 지원 중”이라고 답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문제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부 취소 물량이 있어도 자동차 판매는 문제없을 것”이라면서도 “전 세계적인 긴축 경영이 시작되면 수입차의 경우 (국산차보다 대기 물량이 적어 취소차 물량)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경향이 있고 고물가인 경우는 이런 부분이 더욱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중장기 계획.(사진=코오롱그룹)
 
성장성 둔화…후계구도 복병될까
 
무엇보다 이 부사장의 후계자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신설법인의 성공이 절실하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입사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2020년부터 수입차 사업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성과를 조금씩 쌓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9년 1조1762억원, 501억원 △2020년 1조4765억원, 345억원 △2021년 2조548억원, 572억원으로 성장세다.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7000억원으로 1조5400억원 규모의 건설사업 부문을 1600억원가량 앞섰다.   
 
수입차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고성장 사업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신규등록 건수에 따르면 10년래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연평균 9.5% 성장했다. 코오롱그룹은 내년 1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신설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2025년까지 3조6000억원,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해 추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조2000억원, 700억원임을 감안하면 3년 만에 각각 63.6%와 42.9% 성장해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오프라인 중심 수입차 유통사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전반에 걸친 서비스 제공 사업자로 변신한다는 포부다. 우선 이미 유통권을 보유한 BMW, 아우디, 볼보, 지프, 롤스로이스 등 외에도 멀티브랜드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수입 인증 중고차 판매 사업과 정비&A/S, 고급오디오 등의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 금리 인상과 관련한 <IB토마토> 질문에 “자동차 할부 금리 상승 이슈로 인한 당사의 취소차량 비중은 미미하다. 이는 대부분의 구매 고객이 고관여 유저(하이엔드)로 금리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라며 “당사가 취급하는 하이엔드 차량은 내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현 상황이 유지될 전망으로 금리가 상승해도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