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길 잃은 DL이앤씨, '수주 바닥' 탈출구는?
올해 신규 수주 순위 28위 기록…러시아 '전쟁' 이란 '제재'
해외 사업 차질 불가피…미국 등 신시장 집중 전망
공개 2022-11-09 08:00:00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DL이앤씨(375500)가 해외사업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올해 신규 수주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특히 러시아, 이란 등 해외사업 주요 국가에서는 국제 정세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DL이앤씨는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 미국 등 또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DL이앤씨 사옥이 위치한 돈의문 D타워 전경. (사진=DL이앤씨)
 
7일 해외건설협회 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올해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7850만달러로, 국내사 중 28위에 위치해 있다. 올해 신규 계약은 러시아 'AGCC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345만달러 규모), 말레이시아 'AN & MCN 상세설계 프로젝트'(600만달러) 등 2건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DL이앤씨의 해외실적 부진은 국제정세와도 무관치 않다. 먼저 DL이앤씨가 해외 신시장으로 공들여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사업 여건이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DL이앤씨는 지난 2015년 러시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섰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라는 점을 고려해 플랜트 사업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도 해당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DL이앤씨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신시장이었다.
 
DL이앤씨는 러시아에서 지난 2021년 6월 '모스크바 정유공장 건설 사업'(3271억원)을 수주했으며, 같은 해 12월 초대형 가스화학 프로젝트인 '발틱 콤플렉스 프로젝트'(1조6000억원)도 수주했다.
 
그러나 지난 2월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임에 따라, 사업 진행뿐만 아니라 추가 신규 발주 등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현재 DL이앤씨가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총 2건으로 속도가 좀처럼 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영향으로 플랜트 부문 매출액도 크게 감소했다. DL이앤씨는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플랜트 부문 누적 매출액 4927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7141억원)보다 31% 줄어든 것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재 전쟁으로 인해 악화된 물류 상황 등으로 공사에 빠른 속도를 내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진행률만큼 공사 대금을 받고 있어 따로 손해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다"라며 "예견치 못한 사태로 인해 당분간 러시아에서의 신규 발주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DL이앤씨는 1970년대부터 이란을 주요 거점 시장으로 공략해왔다. DL이앤씨는 지난 1975년 5월 '이스파한 군용 공장 공사'로 이란에 처음 진출해 다수의 사업을 수행해왔다.
 
최근에는 한동안 신규 사업이 없다가 지난 2015년 이란 핵 합의가 이뤄진 뒤, 2016년 12월 이란 이스파한 정유회사가 발주한 2조2000억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2년 뒤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제재가 재개되며, 금융조달 문제 등으로 결국 계약은 해지됐다.
 
핵 개발 문제로 악화된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경찰에 체포된 한 여성이 의문사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이란에 대해 여러 차례 경제 제재를 발동한 상태다.
 
이란의 상황은 러시아보다 더 심각하다. 미국의 제재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 언제 풀릴지 가늠하기 힘들다. DL이앤씨는 이란 테헤란에 지사를 둔 국내 유일의 대형건설사지만, 현재는 직원도 단 1명만 두는 등 사실상 잠정 철수한 상태다. 핵 합의가 이뤄져야 DL이앤씨의 이란 사업 재개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도 최근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DL이앤씨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또 다른 신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수주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플랜트 프로젝트로는 'CPChem'이 발주할 예정인 6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있다.
 
또한 미국은 지난해 의회에서 약 14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이 통과된 바 있어, 건설 시장 발주 증가가 예상되는 곳이다. 대규모 인프라 재정비가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DL이앤씨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 대교' 실적을 바탕으로 교량 사업 수주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DL이앤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을 포함해 중동,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러시아는 현재 상황은 어렵지만, 장기간으로 봤을 때는 결국 회사에 도움이 되는 시장이라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